"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탄핵정국의 기자회견에서 ‘책임’이란 말을 여느 때보다 더 많이 사용 했다. ‘책임을 지겠다’고 하였다. 대체로 법률적 책임, 도의적 책임, 정치적 책임으로 구분된다.
안희정씨등 측근비리가 법률적 책임에 속한다. 대통령은 안씨를 가리켜 ‘나의 손발’이라고 했다. 이렇다면 대통령 후보, 그리고 당선자 시절과 취임 이후의 안씨 비리가 과연 대통령과 무관한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대통령은 안씨는 자신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고 적극 두둔했다. 대선자금과 측근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핵심에 미치지 못한 미진함을 드러내는 것이어서 향후의 법률적 책임 소재에 논란이 예상된다. 만약 대통령이 모르는 일이 없는 실체적 진실의 책임을 갖고 있다면, 비록 재임중 형사 소추의 면책특권을 갖고 있다 하여도 책임 소재의 진실은 마땅히 가려져야 하는 것이다.
도의적 책임은 예컨대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 금품수수가 이에 해당된다. 문제의 3천만원은 한참 뒤에 돌려주긴 하였다. 대통령이 친인척 관리에 고심하는 흔적은 인정한다. 그러나 노건평씨를 비호하는 듯 한 것은 인정하기 어렵다. 대가성있는 청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하여 금품수수의 책임이 면책될 수는 없다. 친인척 관리는 청탁의 이행 여부보다는 그같은 접근이 아예 없도록 차단하는 것이 본연의 면모라고 믿는다.
정치적 책임으로는 또 총선이후 결과에 따라 결단을 내리겠다고 하였다. 이의 구체적 내용은 열린우리당 입당 등을 계기로 밝히겠다고 했다. ‘10분의 1’, ‘재신임론’ 등이 정리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총선 후의 결단까지 이어지는 것은 참으로 현혹스럽다. 당장은 탄핵소추안이 발의돼 있다. 대통령의 헌법상 지위가 그 자신의 말로 조이는데 겹쳐 야권의 공세로 이래저래 문제가 되고 있다.
중앙선관위의 중립 요청에 탄핵안을 연계, 사과하는 게 원칙이 아니라는 것은 국정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아 의문이다.
대통령이 말마다 책임을 지겠다는 건 좋으나 무엇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 지가 분명치 않은 것은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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