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가운데 조부모, 부모, 형제자매들 이름을 한문으로 쓸줄 아는 학생이 얼마나 될 것인지 심히 의문이다. 심지어는 자신의 이름도 한문으로 쓸줄 모르는 학생들이 없지 않은 것으로 안다. 그렇다고 한문 이름이 없는 것도 아니고 없어질 수도 없다. 이름만이 아니고 자신의 주소지도 한문으로 쓰기는 커녕 한문으로 된 제 주소지를 알아 보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學校’(학교)를 學科(학과), ‘文化’(문화)를 文花(문화)라고 쓴 대학생들이 있었다는 일전의 신문보도가 있었다. 그것도 유명대학이라는 학생들 한문 실력이 60%나 낙제 점수였다는 것이다. 한국·중국·일본의 동양 삼국은 한문권 문화다. 부정하고 싶어도 부인될 수 없는 과거가 수천년동안 이렇게 형성되어 왔다. 한문을 모르고는 문화의 뿌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럼 고전학문을 전공하는 학생만 한문을 배우면 된다는 이론이 나올 수 있지만 꼭 그렇지가 않다. 한문 수학을 본격적으로 하는 것은 고전학문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겐 당연한 필수요건 이지만 일반인들도 사회상식 정도의 한문은 알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불가피한 생활문화다.
예를 들어 같은 ‘여정’이란 말도 旅情(여행하면서 느끼는 마음) 旅程(여행의 일정) 餘丁(강서시험 낙방자) 餘情(남은 정) 餘?(덜깬 술기운) 輿丁(가마를 맨 사람) 輿情(사회적 정서) 勵情(정신을 가다듬어 힘씀) 勵正(조선시대 정칠품 벼슬)의 뜻을 가리기 위해서는 한문으로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의 말 가운덴 동명이인이 많은 것처럼 이렇게 발음은 같아도 뜻이 다른 말이 수두룩하다.
일본은 자기나라 글과 한문을 병용하기 때문에 학교의 한문교육이 보편화하였다. 우리는 한글 전용이다 보니 한문교육이 거의 무시되고 있다. 우리 글을 전용하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지만 한문을 모르는 한맹(漢盲)이 되어서는 안된다. 근래 대기업에서 신입사원 공채시험 때 한문을 출제할 것이라는 말이 있었다. 멀쩡한 우리의 젊은이들이 잘못된 교육관으로 한맹이 되어가는 사실이 무척 안타깝다.
/임양은 주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