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예술魂 불태울 ‘지역 관심’ 목마르다
지역 극단의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24년이란 역사가 주는 기대감에 취했지만 그 취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다른땐 몰라도 이번 만큼은 그랬다.
극단 믈뫼(대표 임성주)가 지난 4월 27일과 28일 부천문화재단 복사골문화센터 아트홀 무대에 올린 초연작 ‘겨울의 눈(目)’(위기훈 作). 경기문화재단의 특별공모, 창작활성화사업의 지원금을 받은 이 작품은 마치 시한부 인생을 사는 것 같았다. 그것은 작품의 질적 수준을 떠나 그렇게 정해진 ‘운명’인 듯 보였다.
이틀 공연에 100여명도 미치지 못한 관객 숫자는 둘째 치고 28일 이틀째에는 아예 일반 관객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무료관람임에도 도내 연극계 인사와 배우 및 극단 관계자 등의 지인으로 채워진 객석에서 바라본 작품은 누굴 위한 공연인지 의아할 따름이었다. 부천 지역에서 나름대로의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알려진 연극단체란 점과 제105회 정기공연이란 점을 상기했을 땐 더욱 난감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임성주 대표는 “대극장형 작품은 대관료 등의 이유로 짧은 기간 밖에 상연할 수 없어 소극장보다 상대적으로 관객이 적다”며 “이번 공연의 경우 학생들의 시험기간과 겹쳐 단체관람마저 여의치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지역 극단의 어려운 현실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하지만 3천만원이란 지원금과 다른 단체도 아닌, ‘극단 믈뫼’란 점을 고려했을 땐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단원들이 직접 포스터 8천여장을 부천 시내 곳곳에 돌렸으며 10여개의 현수막을 내걸었다는 결과가 이렇다면 그야말로 암담할 뿐이다.
문제는 여기에 국한하지 않는다. 작품의 시한부 인생이란 운명은 이 보다 앞으로의 계획에 있다.
초연작은 분명 수정되고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연극이란 장르는 영화와 달라 한 번의 무대로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볼 수 없다. 영화가 충분한 작업기간을 거쳐 하나의 영상물로 제작되는데 반해 연극은 몇 번의 무대를 옮겨 다니며 시행착오를 겪기도 한다.
하지만 ‘겨울의 눈’에는 이러한 미래가 없었다. 우스리스크에서 꽃핀 아름다운 사랑과 ‘까레이스키’라 불린 우리 아버지·어머니들 이야기란 작품의 특성에 따라 “러시아 공연을 추진중이며 앞으로 있을 부천연극제에도 출품할까 고려중”이란 임 대표의 말엔 그리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제작비 문제도 그렇고 흥행성 문제도 그렇고, 이런 작품으로는 (대학로 등에서의 공연)기획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현재로선 이 두 가지 계획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면 왜 하필 부천 지역 극단이 그곳에서 이를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물론 이번 작품을 위해 믈뫼는 곳곳에서 노력한 흔적을 보였다. 1930년대 러시아(구 소련)가 배경이 되는 작품의 역사적 사실성을 더하기 위해 당시의 군경제복을 현지 박물관으로부터 사들였으며 동북아평화연대와 커뮤니티를 형성, 현지의 과거 및 오늘날 상황을 조명했다.
또 수원 지역의 대학 교수(장용휘·수원여대 연기영상과)에게 연출을 맡기는 등 지역적 연극계 인프라를 활용, 자생적 발전을 도모했다.
홍보 시스템과 관련한 임 대표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만 하다. 지역 극단이 홀로 작품 홍보를 하는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아예 지원금에서 일부를 제외시켜 이를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피력했다.
즉 지원금의 총 예산의 일정 부분을 별도로 분리, 지역 예술단체 및 작품의 홍보를 종합적으로 대행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보다 지원금은 적어질지라도 예술단체는 작품 제작에만 몰입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나은, 양질의 공연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앞서 밝힌 부분들에 대한 검토는 분명 이뤄져야 할 것이다. 관객의 숫자가 작품을 평가하는 잣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할 만큼은 다했다지만, 관객의 외면을 받은 작품은 숨을 쉴 수가 없다. 이 숨통은 누가 터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해결해야 한다.
다른 극단도 아닌 경기도를 대표한다는 믈뫼의 공연이었음을 생각하면 더욱 아쉬울 따름이지만, 어찌됐건 싱그런 봄 위에 ‘겨울의 눈’은 그렇게 눈을 떴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무대 위/무대 뒤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사후평가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그 성과를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동안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않는다는 입장 등으로 우수창작품 발굴과 도민의 질높은 문화향유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기도 했다.
이에 경기일보는 ‘리뷰, 문화현장을 가다’라는 기획을 통해 도내 문화예술현장을 생생하게 보도한다. 경기문화재단의 2004년 창작활성화를 위한 특별공모지원작에 대해 문화부 기자와 평론가의 비평을 통해 사후평가작업을 실시, 문화예술의 질을 향상시키고 도민에게 보다 수준높은 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단초를 마련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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