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곡수매값 인하는 철회돼야 한다

2004년산 추곡수매가격을 4%나 인하한다는 정부의 방침은 황당하다. 인상을 해도 살기 어려운 판국에 현상유지도 아니고 인하라니 어이가 없다. 올 들어 물가가 각종 농자재값을 비롯해 모두 인상돼 서민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는 터에 유독 쌀값만 떨어뜨리려는 정부의 방침은 그러잖아도 빚더미에 눌려 허덕이는 400만 농업인들에게 농사를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앞으로 쌀은 수입에만 의존하겠다는 것인가.

더구나 올해 논벼 재배면적은 100만㏊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전국 3천200표본농가를 대상으로 올해 쌀 농사 의향을 조사한 결과, 올해 논벼 재배면적이 98만7천㏊로 추정돼 지난해(100만2천㏊)보다 1.4%가 줄어드는 것으로 집계됐다. 논벼 재배면적에 100만㏊로 줄어드는 것은 정부승인 통계가 시작된 1965년 논벼 면적 119만9천㏊ 이후 처음이다.

벼 재배면적이 이렇게 급감하고 농업인들이 영농의욕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 밝혀진 추곡수매가격 인하는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물론 도하개발아젠다(DDA)농업협상 등 시장개방 확대에 따른 농업·농촌의 충격을 완화해가기 위해 쌀의 국내외 가격차를 축소하고 쌀 수급 균형을 도모하려는 정부의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매가격 인하에 따른 농가소득 감소 보전을 위한 구체적인 소득안정대책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실책이다. 따라서 정부는 농업인들이 납득할 만한 농가소득 보전대책을 사전에 확보하지 않은 추곡수매가격 인하는 철회돼야 마땅하다.

만일 수매가격 인하가 불가피하다면 이에 따른 농가소득 감소를 충분하게 보상할 수 있도록 논농업 직접지불제 확대 등 구체적인 소득보전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농업인들이 안심하고 쌀 농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쌀 수급 및 소득안정대책과 식량자급률 목표치 설정을 포함하는 쌀산업 종합대책을 조속히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조치도 없이 수매값만 내리고 더구나 내년부터 수매제 폐지를 강행한다면 우리나라의 농림부는 있으나 마나 한 정부기구에 불과하다. 농림부의 대책을 전 농업인들과 함께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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