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재판부는 양심에 따른 병역기피의 판단기준을 비교적 소상하게 제시하기는 했다. ‘오직 양심에 따른 결정임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과정·병역을 거부하기로 결정한 특별한 사정·거부 결정 전후 종교나 양심과 관련된 지속적인 사회활동 여부’ 등을 유형으로 제시했다.
같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기소된 4명중 3명은 무죄를 선고하고 1명은 실형을 선고한 이유가 바로 이같은 재판부의 자의적 판단기준의 차이 때문인 것으로 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주관적 판단기준을 수많은 병역거부 신도들을 대상으로 기소전에 국가 공권력이 일일이 점검할 수도 없고, 또 그럴 의무가 없다고 보아 재판부의 그같은 판단기준 자체가 국가사회에서 필요치 않다는 생각을 갖는다.
재판부가 헌법상의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다면서 무엇보다 헌법이 정한 병역의무를 간과한 것은 큰 오류다. 또 양심의 자유가 표현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같은 공공성이 아닌 개인의 인생관, 종교관 등 사생활까지 실정법을 초월하여 보호받는다고는 믿지 않는다. 더욱이 헌법상의 병역 의무보다 한 종파의 교리에 불과한 집총 거부의 교리를 더 우위로 본 판결은 법치국가 사회에선 승복하기가 심히 어렵다. 담당 판사는 대안으로 대체복무의 필요성을 밝혔으나 당치않다. 독일의 대체복무법을 참고했다지만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에서 대체복무가 허용된 나라는 독일 말고도 여러 나라가 있다.
그러나 우리에겐 병역의무가 부하받고 있는 특수성이 있다. 대체복무가 허용된 나라치고 우리처럼 군사적 대치가 첨예한 나라는 그 어디에도 없다. 담당 판사가 남북의 군사력 대치를 어디까지나 낙관적으로 본다면 그것은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그로 인해 나라의 안위에 부담이 용인될 수는 없다. 현실을 비약한 그같은 판단은 현실에 적응될 수 없다고 보는 게 객관적 관점이다. 군입대의 병역의무는 국방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작전에 내놓는 적극적 행위다. 이처럼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대체복무를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인 지 묻는다.
서울남부지법의 한 형사단독 판사의 판결은 법리면에선 헌법상 병역의무를 간과, 양심의 자유를 헌법보다 교리에 치중해 잘못 해석한 오류를 지녔으며, 사실면에서는 국민개병주의를 해치고, 정황면에서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사시(斜視)적 판결이라고 보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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