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고건 국무총리의 사표를 어제 수리했다. 이로써 대통령 권한대행 63일을 포함한 약 15개월의 총리직을 고건 전 총리는 대과없이 잘 마무리 지었다. 노 대통령 또한 통일·복지·문광부 등 부분 개각을 다음달 중순경에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3개부처 외의 개각은 없을 뜻을 분명히 했다. 우리는 부분 개각의 필요성이 여권내 차기 대권주자의 권력구도 정비를 위해 제기됐고 또 장관자리를 두고 묘한 내부 다툼의 기류가 있는 사실을 주목은 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대통령과 당과의 관계라고 보아 그같은 내부 기류가 부분 개각과 연관되는 것을 두고 굳이 뭐라할 생각은 없다. 또 개각대상 부처가 이토록 오래 노출된 게 바람직하진 않으나 이 또한 탓할 생각이 없다. 다만 국정 운영에 누수가 없길 바랄 뿐이다. 아울러 다음달에 소폭 개각을 하든, 중폭 개각을 하든 간에 이 역시 국정 최고 책임을 진 대통령의 전권이라고 믿어 우리가 토를 달 이유는 없다.
고건 전 총리의 사표수리와 함께 차기 총리의 의중 인물을 총리서리로 임명하지 않은 것 역시 잘 한 것으로 본다. 다음달 초 제17대 국회 원구성에 맞추어 총리를 지명하는 것이 순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건 전 총리의 퇴임을 둘러싼 제청권 이견엔 아쉬운 점이 있다. 부분 개각의 조기 이행을 위해 대통령이 이미 사의를 표명한 총리에게 세번에 걸쳐 국무위원 임용 제청권 행사를 요구한 것은 원칙이 아니다. 사의 표명의 총리도 사표를 수리하지 않는한 현직 총리이기 때문에 제청권 행사가 불가하지 않다는 것이 대통령이 보는 원칙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국무총리는 헌법상 행정 각부를 통할 할 책임을 갖는다. 그러므로 이미 물러가기로 한 총리가 통할하지 않을 장관을 제청하는 것은 헌법이 규정한 제청권 행사 본연의 취지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무게가 더 실린다.
우리는 노 대통령과 고 전 총리가 각기 견해를 달리한 두 사람의 원칙에서 대통령이 생각하는 원칙에 동의할 수 없음을 정말 유감스럽게 여긴다. 이는 앞으로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국헌 준수 의무 노력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보아 매우 주목할 대목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앞서 밝힌 것처럼 대통령이 총리서리 임명없이 다음 국회 원구성 이후 새 총리에 의한 제청권 행사로 부분 개각을 하고자 하는 것은 다행스럽게 본다. 국정운영에 이같은 순리를 기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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