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의 아침/6.5 재보선, 세금 지키는 선택을

6월5일 부천·평택시장과 광역의원 8명, 기초의원 5명을 뽑는 재·보선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지난 4월15일 제17대 국회의원을 뽑은지 불과 두 달도 안돼 또다시 선거가 치러지고 있는 것이다.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나 정당도 죽을 맛이겠지만 또 다시 투표장과 유세장으로 내몰리는 유권자도 지긋지긋할 것이다.

그런데 ‘정치는 뒤도 돌아보고 싶지 않다’고 극심한 정치불신을 보이는 유권자중 재·보선을 치르면서 정작 ‘내 주머니가 비어가고 있다’는 것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4~5년 마다 찾아오는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는 전국적 축제로 그 비용을 국비로 충당하는 만큼 일반 유권자 개개인이 그 비용문제에는 큰 관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본선거가 아닌 재·보선의 비용은 모두 그 지역 주민들이 내는 세금, 즉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으로 부담한다면 한 번쯤은 되돌아 보아야 할 대목이 아닌듯 싶다. 94년에 개정·정비된 선거법 277조는 ‘단체장 및 지방의원의 정치적 포부와 각종 비위행위로 인해 재·보선이 실시될 경우, 그 선거비용은 모두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오는 6월5일 실시되는 재·보선으로 인해 경기도는 37억3천만여원, 부천시는 16억5천700만여원, 평택시는 11억1천200만여원, 수원시는 11억200만원, 안산·김포· 성남 등은 5억여원, 기타 용인·안성· 안양 등은 4억6천만여원에서 4억8천만여원, 의정부·광명 등은 1억1천만여원에서 1억3천만여원까지 모두 71억200만여원을 도민 및 시민들의 세금(예비비)으로 충당해야 한다. 물론 내고장을 위한 일꾼을 뽑는 중차대한 사안인 만큼 그 정도 비용은 감수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웬지 씁쓸한 뒷맛을 버릴 수 없다.

이번에 치러지는 재·보선의 사유가 대부분 지난 2002년 6월13일 실시된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됐던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중 선거법을 위반했거나 각종 비리에 연루돼 그 직을 상실함에 따라 실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기초의원은 광역의원을 향해, 광역의원이나 시장·군수는 국회의원을 향해 과감히(?) 지역주민들의 고귀한 선택을 외면하고 더 높은 곳을 향한 정치적 야욕으로 실시되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현상은 이번 6·5 재·보선뿐만은 아니다. 앞전에 이인제 전 지사의 중도하차로 인한 도지사도 있었고 또 어쩌면 앞으로 실시될 재·보선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때문에 공직사회에서는 ‘선출직 공직자들의 출마나 비리로 실시되는 재·보선의 선거비용을 지자체가 전액 부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식의 이의도 제기되고 있다. 본 선거 당시 제대로 된 도덕성, 제대로 된 인격, 제대로 된 봉사정신 등을 제대로 검증않고 학연이나 지연 등을 앞세워 뽑은 유권자들의 무책임이 결국은 주민들 혹은 자신을 위해 자치단체가 쓰기위해 비축한 예비비를 낭비하고 나아가서는 자신들의 혈세를 축내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도 선관위 한 관계자는 선거법 개정이후, 도내에서 정당한 사유로 재·보선이 치러진 것은 고 심규섭 국회의원의 사망으로 실시된 지난 2002년 안성 보궐선거가 유일하다고 기억하고 있다.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한번 엎지른 물은 두번다시 쟁반으로 돌이키지 못한다)이라 했다. 이번 재·보선을 맞은 지역의 유권자들은 진정 심사숙고한 참정권을 행사해 두번다시 재·보선을 치르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뒤늦은 후회를 하지 않도록 말이다.

/jungih@kgib.co.kr

/정일형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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