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정가풍류극 ‘선가자 황진이’ 공연

가부좌를 틀고 정자세로 앉아 목청을 늘여 부르는 전통성악곡 ‘가곡’(歌曲)을 제대로 감상해본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로 지정돼 있는 가곡은 시조시에 가락을 붙여 관현악 반주와 함께 부르는 성악형태로, 조선시대 사대부 계층이 즐겼던 ‘정가’(正歌)의 한종류. 판소리가 민중을 위한 성악 장르였다면, 정가는 사대부의 자기수양을 위한 일종의 고급예술이었다.

때문에 정가는 오늘날까지도 자주 공연되는 판소리와 달리 대중에게 알려지지 못한 채, 극소수의 전공자들을 통해서만 그 전통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들만의 노래’였던 바로 이 정가가 드라마와 결합, ‘정가풍류극’이라는 장르로 새롭게 탄생한다.

국립국악원이 전통문화 재창조 시리즈의 하나로 2년간의 준비 끝에 오는 18~20일 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올리는 정가풍류극 ‘선가자(善歌者) 황진이’. 100년 전 판소리와 연기가 결합된 창극이 탄생했듯이 가곡을 대사와 연기가 더해진 극예술로 선보이는 최초의 시도다.

연극평론가 구히서씨의 원안을 바탕으로 대본에 조태준(배재대 공연영상학부 교수), 연출에 김석만(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 작곡에 이준호(경기도립국악단 지휘자)씨 등이 참여해 작품을 만들어냈다.

극은 조선시대 대표적 기생이자 문인이었던 황진이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해 지음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끝없는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끝맺는다.

황진이와 당대의 여러 시객, 가객, 명창, 명인들이 함께 즐기는 풍류의 멋이 무대 위에 한가득 펼쳐지게 된다.

출연진은 이동규(정악단 예술감독)를 비롯해 김영기 박문규 이정규 이준아 조일하 황숙경 이선경 김병오 문현 홍창남 김광섭 이종길 강권순 등 대부분 가곡 보유자 또는 이수자들이다.

전국을 통틀어도 대학원 이상 정규과정을 거친 가곡 전공자가 30여명에 불과하다니, 이번 공연에는 현재 활발히 활동중인 대표 가객들이 총출동하는 셈이다. (02)58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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