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위상 깎은 경찰청

경찰청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이하 국과수)가 공식으로 발표하지 않은 자료를 유출, 수사에 혼선이 예상되는등 경찰청 스스로 경찰 위상을 추락시켰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안산경찰서는 지난 4월22일 안산시 상록구 일동 모 유치원 정화조에서 남자 어린이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되자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국과수에 DNA(유전자 감식) 검사를 의뢰했다.

당시 경찰은 유골을 10세 미만으로만 추정했을뿐 유골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패 정도가 심해 지난 96년 5월 인근에서 실종된 이모군(당시 5세)의 유골과 동일한지 여부를 밝히기 위해 이군 부모와 14살된 형 등 가족들의 혈액을 채취, 유전자 감식을 의뢰했으나 지금까지 국과수측의 공식적인 발표가 없었다.

그러나 경찰청은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해당 경찰서조차 국과수로부터 유전자 감식에 따른 결과를 공식으로 통보받지 않았는데도 검사 결과 이군으로 추정되는 유골과 이군의 어머니 DNA중 모계(母系) 고유 유전자(미토콘드리아)가 일치한다고 판단된다며 이를 보고서로 작성했고 이 과정에서 자료가 외부로 유출됐다.

경찰청은 그동안 각종 실종사건이 잇따르자 어린이 실종자 및 미아 찾기에 주력해왔으나 이번 유전자 감식 사전 유출은 경찰청내 해당 부서가 생색내기용으로 결과에 연연, 발생했다고 판단된다.

일선 경찰서는 정확한 내용을 알리기 위해 2개월여동안 함구한 채 지금까지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은 상태다.

경찰청이 공식으로 발표되지 않은 결과를 해당 경찰서 입장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유출한다면 경찰 위상은 사상누각(砂上樓閣)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kjwoo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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