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결한 교실 공기를 개선하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다중이용 장소는 보건·위생적으로 청결해야 한다. 의료·교육·문화 시설은 말 할 나위 없고 극장·식당 등도 마찬가지다. 현행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 관리법’은 지하역사나 터미널 대합실·찜질방 등의 미세먼지 농도는 공기 1㎥ 당 150㎍ 이하, 의료기관이나 보육시설 등은 100㎍ 이하로 규정돼 있다. 그런데 아이들이 머무르는 유치원과 학교의 실내공기가 터미널 대합실이나 찜질방 보다도 불결하다는 고려대 보건과학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특히 공기 중에 떠다니는 세균수를 나타내는 총 부유세균이 외국 기준치의 6배가 되거나 병원보다 더 많은 곳도 있다니 학생들의 건강이 심히 우려된다.

학교의 위생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조사에서 전염성 질환과 호흡기 질환, 알레르기성 질환을 유발하는 공기 중 세균의 농도가 아이들의 움직임이 많은 유치원이나 환기가 어려운 교실 등에서 높게 측정됐다. 특히 한 고등학교의 경우 무대연주실의 총부유세균이 3천CFU/㎥(㎥당 들어있는 세균수)를 기록했다. 공기 1㎥당 3천마리의 세균이 떠있는 셈이다. 이는 싱가포르와 대만의 권고수준인 500CFU/㎥의 6배가 넘고 환경부가 의료기관이나 보육시설·노인의료시설 등에 실내공기 관리 기준으로 정한 800CFU/㎥의 4배가 넘는 수치다.

모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서도 공기 1㎥당 888~2천100마리의 세균이 검출됐으며, 다른 교실에도 613~1천998마리의 세균이 나타났다.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미세먼지 농도도 실내주차장에 적용되는 미세먼지 기준인 200㎍/㎥를 훨씬 웃돌았다. 유치원의 미세먼지 농도도 주차장에 적용되는 기준의 4배, 터미널 대합실 등에 적용되는 기준의 6배를 넘는 898.8㎍/㎥로 측정됐다.

저항력이 약한 학생들이 이렇게 터미널 대합실이나 주차장보다도 못한 실내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은 학교의 실내공기에 적용되는 총 부유세균·미세먼지 농도 기준이 없어 체계적인 오염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학교의 책임이 없다할 수 없다. 초·중·고교 학생들이 청결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교육당국의 특별한 보건대책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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