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민주화 운동’은 1969년 8월 3선 개헌 이후 권위주의적 통치에 저항해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활동’을 뜻한다. 한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가 유신시절 정보기관의 사상 전향공작에 불응하다 숨진 남파간첩·빨치산 출신 재소자들의 죽음을 민주화 운동으로 결론 내린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이번 결론은 국가기관(대통령 소속)이 자유민주체제를 부정하던 사람들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한 셈이어서 향후 가중될 혼란이 심히 우려된다.
자유민주주의는 대한민국의 이념인데 비전향 남파간첩과 빨치산의 북한체제 수호를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한 것은 매우 위험하다. 더구나 우리가 아직 공산주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국가보안법도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국가기관이 법 테두리 밖에 있던 사람을 유공자로 인정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비전향이 무엇인가. 대한민국 체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체제 반대를 민주화로 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국가기관이 국가의 기초를 부인하는 결정을 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다. 의문사위가 당초 판정결과를 발표한 보도자료에 이들이 남파간첩이라는 사실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비전향자임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당초 1기 의문사위는 2002년 9월 이들이 위법한 공권력에 의해 숨진 사실은 인정했으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한 사회주의자로서 민주화 운동과 연관성이 없다”고 기각한 바 있다. 이 논리를 2기 의문사위가 뒤집었다. 2기 의문사위 내에서도 논란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 7명 전원이 참석한 회의에서 의문사로 인정하자는 위원이 4명, 반대한 위원이 3명으로 나왔다고 한다. 결국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 규정에 따라 남파간첩·빨치산 출신이 민주인사가 된 것이다.
의문사위가 어두운 시절 억울한 죽음에 대해 사실관계를 규명하려는 노력에는 지지를 보낸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석연치 않다. 법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예상되므로 국가인권위원회 등 다른 기관에서 재판단 하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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