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어느 경찰관의 논문

엊그제 경기도지방경찰청 공보담당관실 박병두 경사의 석사논문 ‘문화예술활동의 활성화를 통한 경찰조직문화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를 읽었다. 파출소,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며 완성한 논문임을 아는 터라 예사롭지가 않았다.

영국의 경찰은 ‘공손한 태도’와 ‘단호한 법집행’을 통해 시민의 존경을 받는다. 그러나 한국 경찰은 권위주의적이고 강압적인 업무수행 태도, 사회안정기능과 법집행 분야 치중으로 인한 봉사활동 소홀 등으로 국민의 인식이 나쁘다. 특히 한국 경찰은 자치경찰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권한·인력·예산이 중앙에 집중돼 있어 경찰청은 지방경찰청에 대하여, 지방경찰청은 일선 경찰서·파출소에 대하여 각종 보고 업무를 징구하는 동시에 지휘·감독을 하고 있다. 더구나 정부조직상 경찰의 독립성을 충분히 보장 받지 못하였다.

경찰은 엄격한 수직적 체제하에서 고도의 계층제의 원리를 따른다. 이와 같은 관료제는 비민주적이며 역효과의 결과를 가져온다. 관료제는 무사안일주의의 문제점이 있다. 상부의 지시가 옳던 그르던 이에 영합하고 선례에 따라 처리한다. 이러한 무사안일주의는 경찰의 창의력과 독창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바로 논문이 지적한 경찰조직문화의 문제점이다.

경찰은 대민 서비스 측면을 강조하는 지역사회 경찰활동에 역점을 두고 있으나 신문·방송에 보도되는 경찰관련 기사들은 대부분 경찰의 과잉 활동을 비난하는 내용들이다. 경찰의 대 언론 홍보활동은 경찰청 공보관실, 지방경찰청의 공보담당관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각 언론사 사회부 기자들에게 경찰관련 보도자료를 배포, 취재 편의를 제공하는 한편 이를 경찰 홍보의 기회로 이용한다. 그러나 경찰 비리나 범죄 발생 등 부정적인 기사가 많이 차지하고 있다. 언론에서 경찰의 미담사례보다 경찰의 부정부패, 부조리 등을 더 많이 보도 하였을 때 국민들은 대부분 경찰을 불신하게 된다. 따라서 경찰의 미담사례가 많이 보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찰에 대한 상훈제도는 다양하다. 특히 행정자치부가 주관하는 ‘공무원(사법·입법·행정)문예(문학·미술·사진·서예)대전’의 경우 입상작에 대한 상훈점수가 인정된다. 그러나 일선 경찰관들의 정서함양 제고를 목적으로 열리는 경찰청 주관의 ‘경찰문화대전’은 상훈점수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 다른 기관의 경우에는 자신의 업무영역과 다른 분야, 즉 문화예술활동에서의 활동이 두드러지면 포상을 한다. 이는 자기발전인 동시에 조직(직장)을 홍보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으며, 창의성이 증대되면 업무의 능률이나 효율성이 그만큼 높아진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경찰이 스스로 주관하고 있는 경찰문화대전에서 입상자들의 상훈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논문은 말한다.

한국 경찰의 문제점 중 하나는 감성이 부족한 데 있다. 이성으로만 처리하려고 한다. 문화 경찰이 적다는 얘기다. 문화는 예술이다. 이성은 직선이며 각형이지만, 감성은 곡선이며 원형을 이룬다. 부드러운 곡선은 직선보다 빠르고 강한 경우가 많다. 여기서 문화는 곡선과 원형을 의미한다.

요즘 “우리는 불법과 타협 않는… 의로운 경찰이다. 우리는 규율을 지키며… 깨끗한 경찰이다. 우리는 인격을 존중하고… 친절한 경찰이다”라는 경찰헌장이 무색할 지경의 경찰 비리가 발생했지만 경찰 전체를 불신하지는 않는다. 일부 경찰의 탈선 때문에 경찰 전체가 부도덕한 집단으로 취급 받아서는 안되는 까닭이다. 박병두 경사의 논문대로 경찰의 미담사례가 아무쪼록 전국 언론에 많이 보도됐으면 좋겠다. 경찰의 미담이 많을수록 이 사회는 밝아진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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