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부가 잘못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라의 수치이기 때문이다. 이 정권이 실패하길 바라지도 않는다. 민중사회의 살림이 더 곤궁해지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중 물러가기를 바라는 것 역시 아니다. 헌정사의 불행한 전철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듣기 싫은 말을 한다. 천도 수준의 신행정수도 문제 또한 이에 속한다. 행정수도로 재미를 보았다는 것은 전에도 말했지만 노무현 대통령 자신이 한 말이다. 행정수도란 모호한 개념으로 한동안 민중 감각을 무디게 하면서 해당 지역 도민의 부푼 기대심리를 포괄적으로 한껏 이용하였다.
대선에 이어 총선도 끝났다. 천도의 부당성이 지닌 경제적·지리적·역사적 이유는 이미 수차 밝혔다. 지금은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상위법인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민투표 대상이란 것이 쟁점이다.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은 대통령의 재량이라지만 사항이 수도 이전이고 보면 마땅히 국민투표 부의의 기속력을 갖는 것이 헌법정신으로 본 견해 역시 피력한 바가 있다.
이러한 법리적 의문의 판단은 이제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여기서 생각되는 것은 탄핵재판 때와 같은 혼돈이 또 다시 재현되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특히 방송에서 탄핵규탄 일색의 전파를 쏘았던 것처럼 헌소 규탄 일색의 과오를 되풀이 하여서는 안된다. 촛불시위 같은 것도 옳지 않다. 헌재 심리에 행여라도 영향을 주어서는 안될 뿐만이 아니라 민중사회를 이분법적 논리로 선동하여선 안되기 때문이다. 특히 여권에서 막가는 말을 하는 건 심히 당치 않다.
수도이전 반대는 서울 복판에 거대 빌딩을 가진 신문사나 서울 부자들을 위한 것도 아니며, 이들이 벌이는 “저주의 굿판” 이란 것에 놀아나는 것도 아니다. 민중은 결코 그토록 어리석지 않다. 다만 가뜩이나 경제회복의 전망이 어두운 판에 치명적 국민경제의 부담을 안는 천도가 과연 통일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적절한 가에 부정적 확신을 갖기 때문인 것이다.
이 정권은 수도 이전이 아니어도 소임이 많다. 이 정부는 행정수도 말고도 해야 할 일이 참으로 많다. 대통령은 신행정수도의 미련을 버려도 평가를 받아야 될 과제가 실로 허다하다. 항차 수도이전에 정권의 명운을 스스로 거는 것은 자승자박이다. 정부와 여당은 수도이전 문제 말고도 산적한 당면의 국정 현안에 크게 힘써야 할 것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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