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심의위원회’ 규정 강화해야

교육인적자원부와 경기도교육청의 ‘공사 중 개교금지’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올해 초 공사 중 개교로 대규모 전학과 법정 소송을 부른 안양 충훈고등학교와 같은 사태 발생 조짐이 또 보인다. 수수방관할 일이 아니다.

용인 죽전택지개발지구 안에서 이달 1일 문을 연 대덕초등학교가 대표적인 경우다. 개교 당시 2명이던 학생이 현재 33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강당과 식당은 여전히 공사 중이다. 음악실에는 피아노가 없고 컴퓨터실 역시 텅 비어 있다. 심지어 축구공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렇게 교육 여건을 갖추지 못한 학교가 문을 연 것은 공사 중 개교여부를 심의하는 지역교육청의 ‘개교 심의위원회’가 갈팡질팡했기 때문이다. 용인교육청 개교심의위원회는 지난 달 18일 대덕·신촌초등학교를 포함한 4개 학교의 공사 중 개교를 불허했었지만 새로 입주한 학부모의 반발 등을 이유로 열흘 만에 개교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다. 이들 학교는 개교 결정 이후 사흘 만에 부랴부랴 문을 열었다.

문제가 자꾸 발생하는 것은 실정을 무시한 교육부 지침 탓이다. 교육부가 불가피하게 공사 중 개교를 할 경우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한 뒤 개교위의 심의를 받도록 했지만, 입주조차 하지 않은 지역의 학부모 의견을 수렴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화성교육청의 경우도 태안택지개발지구 내 구봉초교의 공사 중 개교를 위해 지난 달 구봉초교 대상 학구에 입주했거나 입주할 2천844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지를 돌렸다. 그러나 응답한 가구는 설문 가구의 2.9%인 83가구에 불가했다. 이 중 57가구가 완공 후 개교를 원해 이 학교의 개교는 이달 1일에서 9월로 연기됐다.

15~20명으로 구성되는 개교심의위원의 참여 학부모가 대표성을 갖지 못하는 것도 문제점이다. 대부분 아파트 시행사가 선정해 주고 있어 이들이 학부모를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교위가 여론에 따라 우왕좌왕하는 연유이기도 하다.

기초시설도 못갖춘 채 학생을 배정, 파행적으로 수업하는 일은 앞으로 없어야 한다.

경기도내에선 올해 하반기에 23개 초등학교가, 내년에는 120여개 학교가 개교할 예정이다. 당국은 학부모 의견수렴과 개교심의위 구성, 공사 중 개교 평가지침 등을 보다 세부적으로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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