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언어생활을 잠시만 살펴 보면 우리 말을 잘못 쓰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특히 외국어 남용은 그 정도를 넘어서 매우 위험한 지경에 이르러 ‘우리 말의 위기시대’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은 일찍이 “말은 민족의 상징이며 민족 문화의 근원이요, 기초가 되며 민족적 생활의 힘이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 우리가 우리 말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은 무분별하게 외국어를 받아 들여 쓰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우리 말을 살려 쓰는 일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언어생활 실상은 외국어와 로마자가 점령하여 국적 불명의 언어가 넘치고 국민의 어휘력과 사고력은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 어휘력이 떨어져 밀물처럼 들어오는 외국어를 우리 말로 순화하는 능력도 점점 메말라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
국어순화에 앞장 서야 할 정부 부처나 교육 기관이 우리 말을 푸대접하는 것은 정말 실망스럽다. 예컨대 ‘어젠다’ ‘로드맵’ ‘태스크포스’ ‘클러스트’ ‘국정 브리핑’ 등 상당히 많다. 모두 우리 말로 바꿀 수 있는 것들이다. ‘어젠다’는 ‘의제, 과제’로, ‘로드맵’은 ‘단계별 이행안, 청사진’으로, ‘태스크포스’는 ‘기획팀, 전략팀, 혁신팀’으로, ‘클러스트’는 ‘산업단지, 공업단지’로, ‘국정 브리핑’은 ‘국정 소식, 국정 보고’로 충분히 바꿀 수 있다. ‘참여 정부’라는 구호만 외칠 게 아니라 알기 쉬운 말로 국가 정책을 제시하고 홍보해야 국민이 참여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어려운 금융 용어부터 쉽게 풀어야 한다. 최근에 나온 금융 용어 중 ‘모기지론(장기 주택 담보 대출)’ ‘배드뱅크(신용 회복 은행)’ ‘방카쉬랑스(은행 보험 상품)’ ‘패닉(공황)’ ‘아웃소싱(외부 용역)’ 등은 대다수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 이들도 우리 말로 바꿀 수 있는 것들이다.
우리 언어는 사용하는 사람들이 갈고 닦는 만큼 빛이 난다. 지금처럼 아무런 대책 없이 외국어를 받아 들인다면 우리 언어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정부는 물론 특히 언론 기관과 교육 기관이 우리 언어 지키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외국어를 많이 쓴다고 국제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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