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의 장기화도 걱정이지만 더 큰 걱정이 있다. 처방이 없다는 점이다. 공장 가동률은 다소간에 느는데도 설비투자는 되레 감소한다. 지난해 3분기의 공장가동률 79.9%에서 4분기 80.4%, 올 1분기 81.5%로 상승세를 보였으나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에 비해 -5.0%, -2.4%, -0.3%로 줄었다.
지난 1~2월 고용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좀 늘어 경기가 바닥을 치는듯 했으나 소비는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저금리에 돈을 풀어도 좀처럼 투자를 하지 않는다. 재정이나 통화정책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이같은 기현상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투자없는 경제란 있을 수가 없다. 이런데도 투자가 외면되고 있다. 노사정책이나 기업규제 등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정우 청와대 정책위원장은 성장보다 분배가 우선이라고 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시장경제를 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이라고 했다. 홍재형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은 “정부 경제정책은 분배 우선이 결코 아니다. 파이가 커져야 분배할 것이 생긴다”라고 했다.
그러나 기업인들은 정부 정책의 혼선을 드러낸 가운데 나온 홍 의장의 말을 믿으려 들지 않는다. 국민소득은 1만달러 시대인데 3만달러에 어울리는 분배 우선정책에 치중하려 든다고 성토했다. 며칠전 전경련 주최로 열린 제주서머포럼에서 나타난 이같은 설전이 아니어도 기업인들의 투자의욕 위축은 이미 감지된지 오래다.
중소기업은 주5일제에 유가상승이 겹친 설상가상으로도 모자라 중기고유업종 폐지, 외국인고용허가제, 단체수의계약제 폐기 등 옥죄는 정부 시책으로 비명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대기업도 출자총액제한 등 규제로 신규투자가 막힌 가운데 차별규제가 50여건에 이른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그저 기업하기 좋은 중국으로 나갈 생각들만 한다.
‘정부의 경제정책에 사회주의 색채가 가미되고 있는 게 예전에 없던 변수’라는 진단은 이래서 심각하다. 사회주의 중국은 기업환경이 좋고, 헌법이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에서는 경제질서의 기본이 일탈되는 것은 참으로 중대 국면이다. 시장경제를 사회주의 색채로 디자인하는 데는 경기침체의 타개가 있을 수 없다. 현실 문제의 근원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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