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더위는 사람의 체온을 넘어서 가히 살인적이다. 그런데 이 무더위에 더욱 짜증을 부채질 하는 것이 ‘알 수없는 정부’, ‘알 수없는 경기도’다.
신행정수도이전에 반대여론이 형성되자 정부는 느닷없이 지난달 28일부터 수도권에 운영중인 지하철에 ‘서울, 멕시코시티보다 못하다?’, ‘서울, 북경보다 못하다?’라는 제목의 광고를 내보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신행정수도이전추진위원회, 국정홍보처 명의의 이 광고는 더더군다나 모 연구소 결과라며 서울의 삶의 질이 세계 30대 도시중 최하위로 도시 경쟁력이 북경(17위), 멕시코시티(18)보다 낮다고 자세한 설명까지 해 놓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누워서 침뱉는 격’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행정수도이전이 국정의 최고 목표가 됐다고 해도 그동안 반세기, 어쩌면 500~600년의 이 나라 심장부로서 국가의 얼굴이 돼 온 서울을 정부가 나서 이렇게 폄훼해도 되는 것인지, 이런 광고가 과연 국가경쟁력을 제고시키는 최선의 수단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묻지않을 수 없다.
만약 행정수도이전에 대해 경기도, 혹은 강원도에서 서울에 비해 높은 반대 여론이 나올 경우, 정부는 또다시 경기도는 어디보다 못하다, 강원도는 그곳보다 못하다는 광고를 낼 것인가.
신행정수도 이전이 국가 정책의 최선이 되기위해서는 이런 얄팍한 눈요기거리나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이벤트성 홍보가 아니라 국민 모두가 그 타당성을 인정하고 따를 수 있는 논리개발과 함께 합의를 이끌어내는 정부의 보다 진지한 자세가 필요하다.
알수없는 국정이 또하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신행정수도이전이나 국가균형발전은 수도권의 집중을 막고 인구를 분산시켜 전 국토가 발전요인을 공유함으로써 국가균형을 이루겠다는 것이 그 목적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최근 정부는 수도권에 또다시 신도시를 건설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그나마 인구밀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돼 온 양주시와 화성시 등지에 말이다.
또 연일 그린밸트까지 해제해 가며 도내 곳곳에서는 주택공급안정을 위한 택지개발 발표도 줄을 잇는다.
수려한 자연환경을 훼손해 가며 수도권에 사람이 살 집을 짓고 공급하는데, 그러면서 정작 사람은 들어와 살지 말라는 것인가? 이렇게 하면 수도권의 집중화가 해소될 수 있고 삶의 질도 높아질 것이라고 정부는 정말로 믿고 있는 것인가?
참으로 답답하다. 최근의 경기도정에도 이런 답답함이 적지 않다. 신행정수도이전에 대해 분명히 반대입장의 목소리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구체적인 행동은 손학규 지사의 기자간담회, 경기개발연구원들의 토론회를 통한 반대논리 피력뿐 정작 도민들의 ‘도청이 왜 반대하는데’하는 물음에는 시원한 답을 않고 있다. 명분있는 반대에 대한 홍보도 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도민들은 단지 신행정수도이전과 관련해 정부의 의견과 경기도의 반대의견속에서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신도시 및 택지개발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신도시 발표때마다 경기도는 도가 마련한 대도권성장관리방안에 의거, 경기도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해야한다고 원론적인 주장만 하고 있을 뿐 근본적으로 이를 차단하고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은 뒷전이다. 그저 중앙정부에 건의뿐이다.
한번쯤은 최근 재산세와 관련한 일부 지방의회의 조례를 통한 반발처럼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정부와 경기도에 절성기지(絶聖棄智·성스러움을 끊고 지혜를 버려라. 그러면 백성의 이익이 백배나 늘어난다)의 자세를 요구해 본다.
/정일형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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