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이 일괄 사표를 낸 간부 중 퇴직자들을 위해 무슨 ‘농업기술혁신위원회’란 것을 만들어 구제하겠다는 것은 위인설관이다. 애시당초 신임 손정수 청장이 일괄 사표를 받은 것 부터가 적법한 게 못된다. 이에 겹친 뜬금없는 위원회 구성이란 잘못 꿴 첫단추에 이어 더욱 잘못된 모양으로 가는 파행이다.
도대체 ‘농업기술혁신위원회’ 설치의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런 위원회 기구가 없어 농업기술이 혁신되지 않았고, 또 이런 기구를 둔다하여 새삼 농업기술혁신이 이루어질 것으로도 믿기지 않는 것이 객관적 판단이다. 왜냐하면 농진청 소임 자체가 농업기술 혁신의 본산이기 때문이다.
사리가 이럼에도 불구하고 명퇴 대상자로 위원 위촉의 내부규정까지 만들었다면 이는 강제퇴직을 무마키 위한 것으로, 앞으로도 계속 쫓아내고자 하는 사람은 이렇게 하여 내쫓는 들러리 수용소 기구로 전락할 게 불을 보듯이 자명하다. 연간 10억 가까운 국민 세부담의 예산이 이런 식으로 낭비되는 것은 이야말로 개혁에 크게 반한다.
법률적 근거 또한 의문이다. 그같은 위원회란 것을 두자면 청장 임의로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위의 승인을 얻어야 하고 또 법규를 고쳐야 가능하다. 이러한 내부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설령 진행되고 있다해도 당치않다. 이토록 당치 않는 터에 법규에 없는 위원 인선을 추진하는 것은 실로 괴이하다.
며칠전 인적청산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직제개편의 제도개선이 우선되어야 함을 지적한 바가 있다. 직제개편이 앞서야 비로소 물러가야 할 사람들이 매끄럽게 정리될 수가 있다. 또 직제개편 없는 인적청산의 불법성은 얼마안가 이내 인적청산 대상이 연거푸 나오게 되는 악순환만 되풀이 된다.
미봉책인 편의적 위원회 구성이나 근원적 조치인 직제개편이나 다 법규를 손대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런 바엔 어디까지나 직제개편이 우선이다.
신임 청장의 사표수리 강행 방침은 수습이기 보다는 불씨를 키워 후환을 남기는 처사다. 이 정권의 정부 부처에서 이처럼 무모한 전근대적 행태가 자행되는 것은 실로 놀랍다. 역리로 가기보단 순리로 풀어가기를 다시 한번 당부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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