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후원금

연간 1억5천만원인 현행 국회의원 후원금 상한액을 높이려는 정치권의 정치자금법 개정 움직임은 가당치 않다. 후원금 상한액을 올리자는 건 결국 돈 쓰는 정치를 하자는 얘기다. 특히 깨끗한 정치를 표방해 4·15 총선에서 재미를 봐 여당이 된 열린우리당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돈을 더 많이 받아 쓸수 있게 해야 한다고 부추기고 있어 실망스럽다. 시쳇말로 ‘여당본색’이 나타났다. 다수 여당이 되고 보니 기업에서 돈 받기가 수월해져 그런다는 수근거림이 사실인 모양이다. ‘돈이 없어 정책 개발을 못한다는 말보다 용돈이 부족해 성적이 안오른다는 말이 더 정직한 것’이라는 민주노동당의 쓴소리가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다.

여야가 합의해 후원금 상한액을 연간 3억원에서 절반으로 낮춘 지 불과 몇 달만에 다시 원상태로 되돌아가겠다는 건 후안무치와 다름 없다.

선거 때만 얄팍한 술수로 국민을 속이면 된다는 불순한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국회의원은 보좌관과 국회사무처, 행정부처 등의 지원을 받고 세비를 포함해 연간 4억원 가량을 쓴다. 당리당략과 정쟁만을 일삼는 국회의원이 소요비용 대비 업무충실도나 생산성 등을 감안할 때 과연 그만큼의 엄청난 국가돈을 쓸 자격이 있나, 생각하면 ‘아니올시다’이다.

국민적 지지를 받는 국회의원은 연간 한도액을 정하지 않고 모금할 수 있도록 하되 입출금 내역과 후원자 실명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토록 하자는 주장이 있지만, 얄팍한 계산이다. 여당이나 실세쪽으로 몰릴 것은 불문가지다. 선관위에 정치자금 사용 내용 특별감사기구를 만들어 상시 감시하자는 것 역시 공연히 선관위 업무만 가중시키는 일이다.

후원금 한도 증액이 불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현행 정치자금법상 선거가 실시되는 해엔 3억원의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게 돼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심히 어렵고 청년실업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마당에 후원금 증액 정치자금법 개정같은 몰염치한 입법 계획은 백지화해야 한다. 국익과 민생을 위한 본연의 임무에 먼저 충실해야 할 지금은 난국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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