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무형문화재 시리즈를 마치며 <42-完>/(下) 무형문화재의 발전방향

뿌리 깊어야 ‘전통문화’ 꽃피워...

민족의 정신과 삶의 문화를 담고 있는 무형문화재의 전승·보전은 단순히 옛 것에 대한 고수가 아니다. 세계화 속에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제시하고 창조적인 발전을 통해 독자적인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경기도는 지난 1987년부터 무형문화재를 선정, 현재 44개 종목을 전승지원하고 있다.

도시화와 현대화에 농촌공동체가 퇴락함에 따라 마을단위의 전통문화가 위협을 받고 있으며, 수공업 장인들의 생계마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해부터 올 7월까지 도내 곳곳에서 활동하는 도지정 무형문화재를 현장취재한 결과, 무형문화재 간에도 경제적인 격차가 극심했으며,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로 전승·보전에 열심인 문화재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에 무형문화재의 전승·보전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과 일반대중과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한다.

현재 경기도는 매월 전승지원금과 공개행사, 원형기록물(영상물) 제작 등을 지원하고 있으나 세계화를 부르짖는 시점에서 한정된 지방행정인력과 예산에 막혀 전수 현황 파악은 물론 발전방향에 대한 대안조차 전무한 상황이다.

문화재 전문가들과 학계는 전승지원의 개선을 통해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전승활동에 대한 체계적인 모니터링 작업이다.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평가의 목적과 기준을 명확히 정해 지원근거에 대한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전수교육과 공개행사에 대한 ‘평가기준표’를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 자료를 이용해 보유자나 보유단체에 대해 차등지원하고 각종 전시·공연을 장려해 지역문화 발전에 기여하자는 것.

또 전문교육을 강화시켜 전승자를 자립시켜야 한다는 현실론이다. 지방정부의 한정된 예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전승자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예를 들어 지방자치제 이후 활성화된 지역축제에 민속놀이 같은 분야의 연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수교육조교나 이수자를 중심으로 축제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음악과 무용의 경우는 기초적인 예술행정과 공연기획을, 공예분야는 전시관련 지식과 작품유통에 대한 교육을 제공한다.

지난 5월 문화재청이 주최한 ‘무형문화재 제도운영 효율화 및 보존·전승 활성화 워크숍’에서 중앙대 임장혁 교수는 “전승자들의 자립을 위해 분야별 교육이 필요하다”며 “한국문화재보호재단 등을 활용해 위탁교육을 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경기도가 출자한 경기문화재단 부설 기전문화대학에서 이 같은 교육사업을 주관하는 것이 적절하다. 지방정부의 행정 및 재정 지원도 수반되야 한다.

우선 전승계보에 따른 기록영화(다큐멘터리)와 소개책자, 무형문화재 활동과 역사적 의의 등을 담은 홈페이지 제작지원이 필요하다.

여기다 지정 문화재의 전승지역 학교와 연계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어릴때부터 향토 무형문화재에 대한 이해와 접근성을 높혀야 한다. 무엇보다 보유자 등이 고령화 추세에 있는 종목의 경우 전수생 확보 차원에서 집중적인 교육연계가 있어야 원활한 전승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문화인프라인 전수회관은 필수. 현재 44개 종목에 비해 전수관은 안성남사당 등 6곳에 불과한 상황이며, 원활한 전승교육과 일반인에 대한 사회교육 차원에서 국가 및 지방정부의 예산이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한다.

이와함께 문화재 보유자 및 단체는 창조적 예술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원형보전이란 명분하에 옛것의 재현에만 머문다면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져 박제화 되고 만다.

고된 농사일에 풍장을 울리며 농사소리로 흥을 돋웠던 포천 메나리(도무형문화재 제35호)는 포천연극협회 및 포천국악협회 공동으로 무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보유자 이영재씨는 “행사를 한번 하려면 50여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한정된 공간에서 공연을 펼칠 수 없다”며 “무대화된 연극과 국악을 접목시켜 포천 메나리의 진수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무형문화재종합정보시스템 구축을 비롯 ▲문화관광상품화 전략 ▲공개행사 강화 ▲문화재 전문행정체계 구축 등이 마련돼야 한다.

최근 유네스코는 세계 각국의 무형문화재 가운데 우수한 것을 선정해 ‘아리랑상’을 수여하고 있다. 지난해 판소리가 그 영광을 누렸다. 국제적으로 우리 문화의 위상이 높아지는 가운데 세계인들이 한국전통문화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세계적이며 독창적인 무형문화재는 무한한 문화콘텐츠를 담고 있다. 새로운 것을 개발하는 것도 좋지만 오랜 동안 삶의 역사를 담고 있는 무형문화재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와 지원을 통해 독자적인 우리 문화를 꽃피울 때다.

/이형복·박노훈기자 bok@kgib.co.kr

■전승.보유자에 듣는다

-□ 제13호 남한산성소주 보유자 강석필씨

‘도공예촌’건립 산교육의 장으로...

문화는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존하고 지키는 일이 더욱 가치있으며 어려운 일이라 여겨진다.

경기도에서는 1987년부터 계명주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지원제도의 미비로 아직 대다수의 장인들은 생계를 꾸려가는 것조차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해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경기도무형문화재총연합회에서는 우리문화를 관광상품으로 적극 개발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경기도공예촌’건립 계획안을 기획해 도에 제안한 바 있다.

도가 지정한 인간문화재들이 모여서 작품활동을 위한 공방과 예술활동을 위한 무대를 한군데로 모은다면 청소년들에겐 산 교육의 장으로,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전통문화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관광상품으로서 자연스레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관계 당국의 사업성 검토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방문의 해’를 앞두고 이런 과업의 해결이 하루 빨리 해결되길 기대해 본다.

-□ 제37호 옹기장 보유자 김일만씨

문화재 선정 근본의미 되새겨야

아들 모두를 데리고 일을 하는 나로선 무형문화재란 큰 의미가 있다. 돈도 안되고 남들에게 인정도 받지 못하는 힘든 일을 가족 모두 아무 소리 없이 따라준 것은 물론 대를 이어 가업을 전통으로 이어가는 것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아들들에게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혹 무형문화재를 선정하는 이유와 이에대한 비전 제시가 도에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형문화재의 의미가 전통의 보존에 있다면 그것을 변형시키지 못하도록 규제가 따라야 한다. 또 만약 전통에 대한 재해석과 변화·발전에 의미가 있다면 여러 지원과 발전방향의 제시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부족한 현실이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전시와 홍보, 작업장의 개조 및 신축 등의 필요성을 느끼는데 먹고살기 조차 빠듯한 상황에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전수교육보조자에 대해 턱 없이 낮은 지원금 또한 개선해야 될 문제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무형문화재를 선정하는 근본적인 의미를 찾고 그에 따른 적합한 지원책이 있어야 무형문화재가 발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제22호 고양 송포호미걸이 보존회장 조경희씨

지자체 전문지원체계 구축 시급

고양시엔 타지역에 비해 다양한 전통민속놀이가 발굴되어 전승보존되고 있다.

이는 故 동관 김현규선생이 전통문화에 대해 평생을 바친 남다른 애착과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고양송포호미걸이 뿐 아니라 전국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용구재 이무기제’, ‘싱아대소리’, ‘고양쌍그네놀이’, ‘고양두레12채가락’ 등 다양한 민속놀이가 그것인데 이는 고양시 지역의 놀이이지만 우리나라 전통민속의 소중한 자산이기도 하다.

때문에 지자체는 자긍심을 갖고 적극적인 관심과 예산을 책정해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행정업무 담당자의 잦은 이동과 비전문성이 한 원인인데 이미 세워진 예산이 삭감되는가 하면 비전문적인 안목으로 가뜩이나 힘든 무형문화재의 전수보존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특히나 무형문화재의 활성화를 위해선 전문가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전통문화, 즉 무형문화재는 그 지역정신의 뿌리요, 미래를 이끌어나가는 보이지 않는 힘이기에 더욱 소중히 지켜져 나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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