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수원청소년문화센터‘청소년을 위한 여름음악회’

620여석의 꽉찬 객석은 오랜만에 공연계의 불황을 날리는 듯 했다. ‘이열치열’이라 했던가. 섭씨 35도를 넘는 푹푹찌는 열대야 속에 관객들의 열기는 얼음 알갱이 같은 기포를 만들어냈다.

11일 저녁 7시30분, 수원청소년문화센터가 국악실내악단 슬기둥을 초청해 마련한 ‘청소년을 위한 여름 음악회’는 청소년뿐 아니라 아이부터 노인까지 온 세대가 함께한 화합의 장이었다.

미성년의 나이에 자유롭지 못한 소년원 보호감찰 대상 50여명의 학생들에게조차 미소를 머금게 했다.

슬기둥 대표이자 경기도립국악단 예술감독인 이준호는 지휘봉이 아닌 소금을 들었고, 피아노와 기타, 가야금, 해금, 양금 등 동·서양의 악기가 조화된 퓨전 연주는 국악과 양악을 넘나들며 우리 음악의 발전적 해법을 전달했다.

특히 첫곡 ‘고구려의 혼’은 일명 ‘동북공정’을 통해 역사의 왜곡을 서슴치않는 중국의 만행에 일침을 가하듯 엄숙함을 자아냈고 ‘들춤’과 ‘바람’, ‘그 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 ‘프린스 오브 제주’, ‘프론티어’ 등 우리 음계를 바탕으로 탄생된 현대적 감각의 국악은 즐거움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회사원 이규은씨(30·영통구 매탄동)는 “역시나 우리 음악은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시키는 무언가가 있다”며 “전통문화의 맥을 잇고 있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색소폰 연주자 이정식과 협연한 신명나는 ‘신푸리’를 끝으로 연주회는 막을 내렸다. 여운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수원’이란 지역적 개념과 연계된 공허함으로 다가왔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 화성을 보유했고 행궁과 정조대왕 등 역사적 가치가 남다른 수원에 이런 감동을 주는 마땅한 국악예술단체가 하나 없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물론 교향악단과 합창단이라는 걸출한 음악단체가 있긴 하지만 전통의 의미와는 사뭇 다른 이들에 견줄순 없다. ‘음악의 도시’라고 자랑하는 수원에 정작 우리 것이 빠져있다니….

얼마전 수원에 상주하던 도립국악단마저 경기도국악당 개관과 함께 용인으로 이주, 수원시민들의 국악에 대한 목마름은 앞으로 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통문화유산 화성과 화성행궁이 살아숨쉬는 문화관광상품으로 적극 활용되기 위해서는 수원에도 국악연주단이 절실하다는 여론이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도 조만간 ‘기우’에 그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수원시설관리공단 신진호 이사장과 시의회 30여명의 의원들의 환호와 갈채는 시립국악단의 창단과 무관치 않을 것 같은 조심스런 전망이 나왔다.

신 이사장은 “이제 수원에도 시립국악단이 나올 때가 됐다”며 “이는 역사에 살아 숨쉬는 호흡을 불어 넣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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