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장관?

법치(法治)와 인치(人治)가 있다. 법 위주의 다스림과 사람 위주의 다스림이다. 법치는 원칙논리인데 비해 인치는 상황논리다. 이 때문에 법치는 객관적이고 인치는 주관적이어서 전자는 잣대가 하나지만 후자는 상대에 따라 잣대가 달라진다. 조직, 즉 시스템은 법치에 의해 가동되어야 건강하다. 인치에 의해 가동되는 조직은 신뢰성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내각을 6개 분야로 나눠 이른바 ‘책임장관’으로 이름하는 ‘분권형 국정운영 시스템’을 내놨다.

총리나 두 부총리가 맡은 일은 정부조직법에 어긋나는 건 아니다. 다만 행정각부를 총리가 통할하는 터에 ‘책임장관’을 두는 것은 옥상옥일 수는 있다. 이 점에서 ‘책임장관’이란 일종의 인치다. 통일부 장관이 정동영 국무위원, 복지부 장관이 김근태 국무위원이 아니어도 통일부 장관과 복지부 장관을 ‘책임장관’으로 둘 지는 심히 의문이다.

청와대는 ‘책임장관’이 상하의 수직관계가 아닌 상호협력의 수평관계라지만 당치 않다. 책임을 지는 수평관계란 있을 수 없다. 만약에 있다면 책임은 실종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조직법상의 내각 순서 4위인 통일부 장관이 하위인 유관부처를 팀으로 거느리는 것은 그래도 부당하다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순서 14위인 복지부 장관이 10위인 문광부 장관 등을 팀으로 둔 ‘책임장관’인 것은 부당하다. 헌법은 대통령권한대행으로 국무총리 다음엔 ‘법률(정부조직법)이 정한 국무위원(장관)의 순서로 그 직무를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모든 국정 시스템을 헌법 등 법대로 하면 된다. 대통령은 국무총리 위상을 강화한다지만 이도 법대로 하면 절로 강화된다. 국무회의 또한 협의와 토론의 장으로 활성화하면 대통령의 권한 분산이나 유관부처의 팀 워크를 새삼 말할 것 없이 절로 이루어진다.

분명한 것은 분권형 국정운영 시스템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공과는 대통령에게 돌아 간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대통령 책임제이기 때문이다. 국정운영의 법치정신을 촉구한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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