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의 한 외신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아테네올림픽 마라톤에서 사상 초유의 관중 ‘테러’사태로 인해 동메달에 그친 브라질의 마라토너 ‘반더를레이 리마’가 고국에서 금메달리스트 이상의 환대를 받았다는 뉴스다. 리마가 귀국한 2일 브라질 상파울루 공항에는 수천명의 환영객이 “금메달!” “금메달!”을 외치며 그를 맞이했다. 팬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입국장을 통과한 리마는 그의 스폰서인 유통업체 사장으로부터 동메달 포상금(2만3천달러)이 아니라 ‘금메달 포상금’ 6만6천달러(약 7천600만원)를 받았다.
고국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은 리마는 기자회견장에서 “슬프지도 괴롭지도 않다. 메달을 딴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씩씩하게 말했지만 선두를 달리다 ‘불의의 습격’을 당한 레이스를 떠올렸는 지 눈물을 떨구었다. 그리고 리마는 마라톤 우승자 이탈리아의 스테파노 발디니가 “관중 난입이 없었어도 금메달은 내 차지였을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다. 그리스인들의 마음 속에는 내가 승리자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런데 체조 남자 개인종합에서 심판의 판정 오류로 금메달을 뺏기고 동메달에 그친 한국의 양태영 선수는 ‘금메달리스트 대접’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에게 주는 연금을 집행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규정에 따라 당연히 동메달(월 30만원)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대한체육회와 대한체조협회도 CAS(스포츠중재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며 양태영을 동메달리스트로 대우하고 있다.
그러나 자국에서 금메달리스트로 인정하지 않는 양태영을 CAS에서 과연 공인해줄 지 걱정스럽다.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열릴 예정인 CAS의 청문회에서 결정이 어떻게 나든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가 먼저 금메달리스트로 인정하는 게 올바른 순서다. 기선을 잡는 차원에서도 그러하다. 만일 양태영 선수가 도둑맞은 금메달을 찾지 못한다면 국가의 책임이 없다 할 수 없다.
/임병호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