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스크린 가득~회화를 물들인 소녀
머리에 파란색 두건을 한 채 비스듬히 뒤를 돌아보는 소녀. 옷차림으로 보면 부잣집 딸이라기보다 하인쪽에 가까운 듯. 입술은 번득거리며 홍조를 띠고 있고 유난히 커서 뭔가에 놀란 것처럼 보이는 눈은 무언가에 대한 갈망과 슬픔을 함께 비치고 있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얀 베르메르 반 델흐트가 그린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화가의 일생만큼이나 베일에 싸여 있다. 일생동안 30여편의 작품만을 남긴 베르메르의 삶은 출생이나 가족관계 정도를 제외하고는 알려진 것이 거의없다.
‘북구의 모나리자’라는 칭송을 받고 있지만 그림 속의 소녀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추측만 있을 뿐이다.
3일 개봉한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원제 Girl with Pearl Earring)는 배경이 알려지지 않은 이 유명한 그림에서 시작된다. 한 장의 그림에서 확대돼 나오는 시대상이나 로맨스, 질투 등의 이야기 구조가 매력적인 것은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원작 소설(국내에는 ‘진주 귀걸이 소녀’로 출판)의 덕이 커보인다.
하지만 파랑과 녹색, 빨강과 노란색으로 대비되는 색감이나 밝음과 어둠의 조화는 장면장면 명화(名畵)를 감상하는 듯 관객의 눈을 매혹하며, 그 시대를 살다 나온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실감있게 묘사됐다.
텔레비전 드라마 연출자 출신 피터 웨버 감독이 연출했으며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로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스칼렛 요한슨과 ‘러브 액츄얼리’로 친숙한 콜린 퍼스가 소녀와 화가로 각각 출연한다.
가난한 집안의 소녀 그리트는 화가 베르메르 집에 하녀로 들어간다. 이것저것 낯설지만 터번으로 머리를 감싼 단정한 모습으로 묵묵히 집안일을 하는 그리트. 신경질적인 아내와 돈밖에 모르는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사는 베르메르의 집안사정도 그렇게 좋지는 않다. 생계를 꾸려나가는 유일한 방법은 부자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것.
작업실에서 베르메르의 작품을 보고 충격에 가까운 감동을 받는 그리트. 베르메르에게도 그녀는 영감을 주는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물감으로 색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며 서로에게 끌리는 두 사람. 하지만 주위 사람들의 시선과 신분의 차이때문에 이들은 서로에게 안타까운 눈빛을 보낼 수밖에 없다. 상영시간 95분. 15세 이상관람가.
■에어리언 vs 프레데터
외계괴물 ‘맞장’ 흥미진진
에일리언과 프레데터가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 이런 궁금증은 ‘청룽(成龍)과 리샤우룽(李小龍) 중 누가 더 쎌까?’ 또는 ‘람보와 코만도 중 싸움을 잘하는 쪽은 누구?’ 같은 사춘기 이전 수준의 의문처럼 유치한 것일 수도 있다.
영화에서나 그렇지 사실 청룽과 리샤우룽이 굳이 만나 혈투를 벌일 이유도 없고, 국적이 같은 람보와 코만도가 총알을 튀기며 싸울 명분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일이 눈 앞의 화면에 펼쳐진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두 사람이 만날 개연성이 없으면 어떠랴. 펼쳐지는 대결이 신날 뿐. 그리고 슬슬 궁금해진다. 누가 이길까?
3일 개봉한 영화 ‘에이리언 VS. 프레데터’(Alien Vs. Predator)는 다소 황당한 듯하지만 두 외계인 사이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둘을 한 자리에 모아 놓은 아이디어는 갓 성인이 된 프레데터들이 지구를 방문해 전사로서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에일리언 사냥을 벌인다는 것. 지구는 프레데터의 서바이벌 게임장이고 인간은 프레데터가 에일리언의 번식을 위해 이용하는 숙주다.
2004년 10월. 한 기업의 광물탐사 위성이 남극 빙하에서 이상 고온을 감지한다. 이 기업의 이름은 웨이랜드. 회장인 찰스 웨이랜드(랜스 헨릭슨)는 이 곳에 다양한 문명의 양식들이 섞인 피라미드 유적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환경운동가이자 모험가인 렉스(새넌 래이든)와 고고학자 세바스찬(라울 보바), 화학자 밀러(이완 브렘너)등을 모아 남극으로 간다.
남극에 도착한 일행. 발굴을 하려 하지만 누군가가 이미 피라미드로 가는 길을 열어놨다. 하지만 이상해하는 것도 잠시, 얼마 안 있어 이들에게 에일리언의 무차별공격이 시작되고 에일리언들은 인간을 숙주삼아 기하급수로 번식한다.
생존자들은 점점 줄어들고 쫓기던 일행은 우연히 들어간 재단에서 놀랄 만한 사실을 발견한다. 100년을 주기로 외계의 프레데터들이 에일리언 사냥을 계속 해왔다는 것.
이제 막 성인이 되는 프레데터들은 용맹성을 시험하러 지구에 왔고 인간들은 이들의 사냥감이 될 에일리언들의 번식을 위해 숙주로 던져졌다.
뒤이어 피라미드에 도착하는 프레데터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생존자들은 에일리언과 프레데터 모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두 우주 종족 사이의 싸움을 내세우고 있지만 영화는 이들의 공격을 피해야 하는 한 무리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재난 영화의 틀을 갖고 있다.
“단독행동을 금한다”, “영웅심을 버려라” 등 일행이 정한 행동원칙은 재난영화의 캐릭터들에게는 금기로 등장하는 단골 메뉴. 하지만 인물의 개성이 부족한 만큼 이야기의 재미가 반감된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이보다 영화에서 돋보이는 지점은 두 외계인의 싸움이 본격화하는 후반부에 있다. 가급적 CG를 빼고 실제 모형으로 촬영한 격투 장면은 외계 괴물 사이의 싸움이라는 스펙타클을 보려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기대는 채워주고도 남을 만하다. 감독은 ‘모탈컴뱃’, ‘레지던트 이블’의 폴 W.S.앤더슨. 상영시간 90분. 15세 이상 관람가.
■피의 학살사건, 칸 진출작 ‘카란디루’
10일 개봉하는 ‘카란디루’는 2002년까지 브라질에서 실제로 있었던 카란디루 감옥의 이야기를 다룬다. 1992년에 실제로 일어났던 폭동 사건. 진압과정에서 111명의 죄수가 학살됐고 이후 당시 진압을 지휘했던 경찰간부는 징역 632년을 선고받았다. 상영시간 145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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