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본보 세계 구호사업/김시범기자 에티오피아에 가다 (中)열악한 교육현실

가난탓 일터 찾는 아이들 “공부하고 싶어요

(中)열악한 교육현실

5세 미만의 아동 사망률이 1천명당 170여명을 웃도는 나라 에티오피아. 열악한 교육환경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월드비전 한국과 경기일보의 에티오피아 방문목적중 하나는 바로 이 나라의 낙후된 교육현실을 파악하고, 한국의 개인 또는 학교와 1대1 결연을 맺은 현지 어린이를 만나기 위해서다. 방문기간동안 우리는 총 4명의 수혜아동 가정과 2곳의 학교를 방문했다.

이 나라의 문맹률은 성인의 65% 이상에 달한다. 초등학교 취학률이 남 33%, 여 21%이고, 중등학교 취학률은 남 11%, 여 1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종합대학은 전국에 2곳밖에 없다.

가장 심각한 교육문제는 턱없이 부족한 교육시설이다. 학교당 학생수가 1천500명 정원에 7천여명에 이른다. 또 하나의 문제는 가난 탓에 부모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노동현장으로 내몬다는 점이다. 실제로 마을을 둘러보면 등에 산더미처럼 나뭇짐을 지고 오가거나 소·양 등 가축을 몰고 이동하는 어린아이들을 쉽게 볼수 있다. 이들은 의료 혜택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첫 방문지인 수도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에 위치한 엔토토 암바 학교(Entoto Amba School). 방학중에도 불구하고 똘망똘망한 눈빛을 가진 200여명의 학생들이 나와 멋진 노래와 율동으로 방문단을 환영해 주었다.

이 학교 합투(45세) 교장선생은 “이 건물과 책걸상은 월드비전 한국이 지원해준 것입니다. 학생들을 대신해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라며, 한창 짓고있는 학교건물과 책걸상을 보여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유난히 수줍음이 많던 여학생 메론(17세·8학년)은 “앞으로 훌륭한 의사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라며 학업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방문단이 선물로 전달한 학용품과 놀이기구를 손에 들고 배웅하는 학생들을 뒤로한 채 학교를 떠났다.

이 나라 아동들과의 만남 중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이름과 사진 한 장만으로 1대1 결연을 맺었던 한국의 후원자들이 아이들의 가정을 방문해 직접 만나는 시간이었다.

숨을 헐떡이며 산을 오르기를 40여분. 오지중에 오지인 쉐낸(Shenen)마을의 한가정을 찾았다.

엄마의 치마뒤에 숨어 우리에게 다가오던 에체마 신타예후(5세)군을 만난 후원자 이경준씨(월드비전 제주지부장)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잘자라고 있구나. 정말 만나서 반갑다. 꼭 훌륭한 사람이 돼라”며 아이를 꼭안고 감격의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들이 사는 움막집(사르베) 안. 좁고 캄캄한 내부에 질척이는 바닥위에 나무침대와 의자 하나, 그릇 몇개, 집중앙에 모닥불, 그리고 부모·할머니·형제 등 11명의 가족…. 이경준씨는 그들에게 푸짐한 선물을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아디스아바바 빈민촌에 살고있는 매콘낸 티지브테(8세·여)와 그 가족을 만난 이상민씨(오산여자정보고 교사) 또한 너무나 예쁘게 생긴 아이로부터 뽀뽀를 선물받고 무척 기뻐했다.

우리에겐 결코 많지않은 2만원의 후원금이 이 아이들에겐 삶을 유지할수 있는 생명줄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는 순간이었다.

월드비전 한국 후원자들과 1대1 결연을 맺은 에티오피아의 빈민층 아동 및 고아들은 현재 2천142명에 달한다.

월드비전 노노사업장(Nono ADP) 책임자 루루게타 리그리씨(43세)는 “이 아이들에게 한국 결연자의 후원이 없었다면 결코 온전히 살아갈 수 없었을 것”이라며 “후원이 더욱 확대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해발 3천여m에 위치한 노노사업장내 학교를 찾았을 땐 이런 오지마을에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곳 학생들은 우리 일행을 위해 오랜 기간을 준비한 듯 연극을 공연했다. 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AIDS의 심각성에 관한 연극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에티오피아는 아주 열악한 교육환경을 갖고있다. 현실적으로 이들 스스로는 아무것도 개선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높은 꿈은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도 그 꿈을 실현시켜 주기위해 노력하는 선각자가 있었다.

우리의 작은 도움의 손길이 어린이들이 훌륭히 자라 이 나라의 기둥이 되는 큰역할을 해줄 것이라 믿으며 그렇게 기도했다.

/ sb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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