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복지행정

정부 부처 가운데 가장 돈 많은 데가 아마 보건복지부인 모양이다. 춥고, 배고프고, 늙고, 병든 사람들을 위해 쓰라고 주는 돈도 안 쓰니까 하는 소리다. 그래서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복지부동부’라는 말이 나온다.

복지부는 대한노인회관 건립비용으로 2002년 15억원, 2003년 20억원의 예산을 받아 놓고서도 전액을 불용처리했다. 2003년에는 ‘장애인 생활안정사업’ 예산이 600억원이나 있는 데도 항목당 53 ~ 83%만 썼다. 장애인 종합수련원 건축 지원비로 2002년과 2003년 각각 50억원씩 100억원을 지출했지만 올해 6월 현재 땅을 사는 데 그쳤다. ‘치매요양병원’과 ‘노인복지회관’을 지으라고 지난 해에만 300여억원을 전국 각 시·도에 나눠 주었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6분의 1도 쓰지 않고 올해로 이월 시켰다. 중소 도시 보건소 신축비용도 50억원이 있는 데 47억원을 쓰지 않았다. 또 보험료 지원 등 병원선(病院船) 운영사업 국고 보조금으로 1억500만원을 배정했지만 이 중 1천900만원 밖에 쓰지 않았다.

경기도 역시 복지기금을 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엊그제 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 안명옥(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기초생활보장기금 운용 현황’을 보면 올 6월까지 226억8천200만원의 기금이 조성됐으나 정작 집행은 1억4천600만원(0.6%)에 불과했다. 지난 해에도 162억8천500만원의 기초생활보장기금을 조성했으나 1억6천800만원(1.0%)만 집행했다. 최근 4년간 평균 기금집행률이 고작 1.4%에 불과했다. 매년 기금 조성액은 늘어나는데 집행은 반대로 감소하니 별 희한한 일이 다 있다. 저소득층의 자활지원을 위해 마련된 기초생활보장기금이 쌓여 있는 데도 풀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된다.

추석이 다가왔어도 사회복지시설에는 방문객도, 후원금도 뚝 끊겼다고 한다. 전국 1천300여개로 추정되는 미신고 사회복지시설은 더 외롭다. 돈이 있는 데도 안 쓰는 복지행정이 참으로 한심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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