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익은 가을 정취속에 문·무·예(文·武·藝)의 대서사시(大敍事詩)가 펼쳐졌다. 멀리서 전해오는 서해바다 갯내음이 싱싱하다. 화성시 서신면 장외리 함산초등학교 마당이 질펀한 가을추렴으로 무르익었다. 삼삼오오 모여 앉은 동아리 동아리마다 세파일랑 날려버린 듯 정담으로 가득했다.
쟁이골이 해마다 이맘때 쯤이면 여는 단봉예술제가 올해 여덟번 째 지난 16일 오후 5시에 열려 저녁 늦게까지 있었다. 조선검 무예24기는 정조대왕이 화성행궁에 머물 때 장용영 군사들이 숙위하기 위해 익혔던 조선조 대표의 전통무예, ‘무예도보통지’에 실린 그대로 수련해온 ‘무예 24기 보존회’회원들의 다채로운 시연이 실전을 방불케 했다. 이의 보급을 위해 쟁이골은 2004 겨울 무예학교를 오는 12월 문 연다.
이밖에 또 열다섯가지 프로그램에 의한 다양한 문화현장학습이 펼쳐졌고, 풍물 및 노래패 공연, 서예 퍼포먼스에 이어 시낭송이 있었으며 수원 차인연합회의 차(茶) 모임이 있었다.
기전(畿甸)땅, 들 골짜기 할 것 없이 문화유적지며 빼어난 산하를 구석구석 누벼 후대에 남길 영상을 지난 20여년동안 카메라에 담아온 ‘마당발’ 조형기씨(경인일보 편집위원)의 경기산하전 또한 돋보였다. 외부의 화환 증정 같은 건 고맙지만 절대 사양하곤 한 조촐하면서 실속있는 행사를 올해도 고집했다. 쟁이골 촌장 김명훈씨는 넉넉한 가슴에 항상 여유를 가지면서도 그런 옹고집쟁이기도 하다.
중부일보 편집국 부국장을 지냈다. 사단법인 경기언론인클럽에서 여러가지 일을 하면서도 언제나 스스로 몸을 낮추는 그다. 나이에 비해 희끗희끗함이 무성한 턱수염의 홍안백발이 일품인 미염공(美髥公)의 사나이다.
‘예술가는 무의식의 환상에다 즐거움을 더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던데… 자리는 펼쳐져 있습니다.’ 가을추렴잔치 초대장에 적힌 쟁이골 촌장 말이다. 그래서인지 유달리 청명한 가을밤이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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