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풍년, 무엇이 그것을 가져오는가?

올해는 모든 농작물 풍년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풍년이란 말이 옛날처럼 우리를 신명나게 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풍년이 들면 농산물 값이 떨어지기 때문에 농가로써는 풍년이 크게 반갑지 않을 수 있다.

풍년이 들어도 우리를 크게 흥분하지 않게 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요즘에는 풍년이 비교적 자주 든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벼농사의 경우를 뒤돌아보자. 1970년대 중반, 쌀 자급을 이룬 뒤부터 오늘까지 벼농사가 기억에 남을만한 흉작이었던 것은 두세 해 뿐이었다. 가을에 김장채소가 크게 흉작이었던 해도 그리 여러 해가 아니었다.

잠깐 눈을 북한 쪽으로 돌려보자. 최근 북한의 농사는 거의 해마다 흉년이다시피 했다. 어떤 해에는 가물어서 흉년, 어떤 해에는 홍수 때문에 흉년이었다고 했었다.

무엇이 지난 20여 년 동안 남한에는 거의 해마다 풍년이 들게 하고, 최근 북한에는 거의 해마다 흉년이 들다시피 하게 했을까? 여러 가지 면에서 따져볼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남한에 비해 위도가 높다는 점을 북한 농업이 갖는 불리한 점으로 여길 수 있다. 그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나 그것이 결정적으로 북한의 농사에 심한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는 없다. 그것은 북한보다 위도가 훨씬 높은 중국의 옌볜 같은 데의 벼 수량이 남한의 벼 수량보다 크게 낮지 않다는 사실로부터 미뤄 알 수 있다. 농사에 있어서 관개시설, 품종, 비료와 농약 사용량, 그 밖의 여러 가지 농사기술들이 모두 중요한 요인들이다. 그런데 최근 북한의 농사에 영향을 가장 크게 미친 요인은 비료 사용량 같아 보인다. 1985년부터 최근까지의 남북한의 주곡(남한: 벼, 북한: 옥수수)의 수량변동 양상과, 같은 기간 동안 남북한의 비료사용량 변동추세를 살펴보면 그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다음 그림들을 보자. (FAO의 통계로부터 작성한 것이다.)

이 두 그림들을 보면 최근 북한의 농사가 거의 매년 흉작에 가까울 만큼 저조했던 것은 최근에 비료 사용량이 급격히 준 때문인 것을 알 수 있다. 1993년까지만 해도 북한은 남한 못지 않게 많은 양의 비료를 썼었다. 그러나 1990년 대 초반 소련권의 와해와 함께 북한은 비료제조에 쓰일 에너지와 원자재의 조달이 어려워져 비료 사용량이 급격하게 줄었고 그 결과 옥수수를 비롯한 주요 농작물의 수량이 크게 낮아졌다.

여기에 한가지 더 남한의 농토에는 최근에 많은 양의 가축들의 분뇨가 퇴비의 형태로 농토에 들어가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이 사실은 남한의 비료 사용량은 최근에 다소 줄고 있지만 가축 분뇨로 만든 퇴비가 많이 쓰이고 있기 때문에 농토에 들어가는 여러 가지 작물 양분의 양은 줄지 않고 있음을 뜻한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남한에서 지난 20여 년 간 거의 해마다 풍작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작물품종들이 보급되고 토양의 작물양분을 수탈하지 않고 적절히 유지할 수 있도록 비료와 퇴비가 적절히 공급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작물의 병해충을 적절히 관리하는 기술들과 그 밖에 농사를 덜 어렵게 지을 수 있게 한 여러 가지 편리한 기술들이 오랫동안 우리 농업의 생산성을 높게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홍 종 운 토양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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