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영국 자연환경센터는 1968년부터 35년여 동안 총 2만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지역에서 나비, 조류, 자생식물 개체수를 직접 세어 본 결과를 2004년 3월 발표했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조사기간 동안 영국에서 나비의 일부 종류는 71%, 새의 일부 종류는 54%, 자생식물은 28%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곤충의 멸종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국제자연보호연맹도 전세계의 양서류 32%, 거북 종류 42%가 줄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지구 역사상 6번째 생태계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강력한 증거로 평가되고 있다. 지구에서 발생한 가장 최근의 대멸종은 6천300만년 전 백악기에 발생한 공룡멸종이었다. 그보다 앞선 4차례의 생태계 대멸종 때는 각각 지구상에서 90%의 생물이 멸종했다. 물론 6번째 생태계 대멸종이 시작된 것은 수만년 전부터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인간들은 지금 당장 멸종될 염려는 없다고 이야기 한다. 그래서인지 이라크 전쟁, 테러사건, 미국 선거 등 화끈한 뉴스들 틈에서 영국의 나비 감소와 같은 ‘한가한’뉴스는 그리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는 영국 자연환경센터의 집념 어린 연구결과를 ‘2004년 10대 과학 뉴스’ 가운데 7번째로 선정한 바 있다.

‘나비효과’란 나비의 날갯짓과 같은 사소한 사건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나비 하나쯤 사라진다고 해서 무슨 경천동지(驚天動地) 할 일이냐 할지 모르지만 남아시아 지진해일처럼 나비 감소는 곧 인간에 대한 자연의 저주가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비뿐만 아니다. 새·개구리·벌레 숫자도 빠르게 줄어 들고 있음을 영국 자연환경센터가 증명한 것을 인류가 간과하거나 묵과해서는 안 된다.

인간이 지금 당장 오만과 탐욕을 멈추지 않는다면 언젠가 인간도 나비와 같은 신세가 된다. 그러나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별 탈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바로 인간들이다. 나비효과의 직·간접 피해를 자손들이 입어도 상관없다는 이야기다. 실로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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