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살의 농구감독

일본은 농구가 아주 인기있는 스포츠 종목이다. 학교나 공공장소 어디를 가든 농구 코트가 다 있을 정도다.

일본항공의 여자 농구팀이 있다. 1998년까지만 해도 3부 리그에 속했다. 이듬해 2부로 올랐다. 또 이듬해엔 1부로 승격했다. 그리고 올 연초에 최고권위를 자랑하는 제71회 전국종합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거머 쥐었다. 1967년 팀창단 이후 첫 우승의 감격을 안았다. 지난 16년동안 이 대회의 우승을 번갈아 가며 도맡았던 샹송화장품과 저팬에너지를 차례로 격파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3부 리그에서 1부로 올려 정상까지 정복해 일본 언론의 스폿 라이트를 받고 있는 일본항공 여자농구팀의 총감독이 올해 일흔네살인 임영보씨다. “체력과 팀 워크를 중시하는 한국식 훈련이 비로소 빛을 보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일본항공 여자농구팀은 지금 일본여자리그에서도 2위를 달리고 있다.

1961년 동신화학에서 팀 지도를 시작한 임 감독은 올해 44년째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 선수들에게 승부 근성을 불러 일으켜 자발적으로 뛰게 만드는 ‘코트의 마술사’로도 불린다. 자율을 인정하면서도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매섭게 추궁하는 원칙주의자다. 그러나 코트 밖에서는 선수들을 인자하게 대해 인간미를 지닌 얼굴과 호랑이 얼굴을 겸비한 카멜레온 감독으로 평판이 났었다. 술을 마시지 않은 평소에는 과묵한 성격의 호주가다.

지지대子가 스포츠 기자 시절에 맡은 종목은 농구가 아니었으나 가끔 농구장에 들르곤 했다. 그 무렵의 임 감독은 국민은행 여자농구팀을 맡고 있었다. 당시 28연승의 신화적 위업을 이룩한 장본인이다. 참 오래전의 일이다.

그동안 소식을 듣지 못한 채 잊고 있었던 게 일본 여자농구에서 발군의 대활약을 보이고 있다는 신문 보도가 반갑게 눈에 띄었다. 생각해 보면 그만한 나이인 게 맞다. 74살의 나이에도 코트를 여전히 누비는 농구 인생이 경이롭다. 그도 아마 “노병은 죽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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