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마더 데레사.큐브 제로

■마더 데레사

세상을 품에 안은 ‘참사랑’

종교갈등과 내전으로 시끄럽던 1946년 인도의 캘커타. 기차역을 걸어가던 데레사 수녀는 길바닥에 버려진 것처럼 누워있는 한 남자에게 다가간다.

남자와 얼굴을 맞댄 수녀는 바싹 마른 입술을 움직여 힘들게 내뱉은 남자의 목소리를 듣는다. “목이 말라요.” 그 목소리를 들은 수녀는 자신이 있어야할 곳은 수녀원이 아닌 길거리라는 것을 깨닫는다.

‘어머니’라는 호칭처럼 세상을 품에 안은 성인(聖人) 데레사 수녀의 삶을 한 폭 스크린 속에 되살려낸 영화 ‘마더 데레사’가 21일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영화는 데레사 수녀가 수녀원에서 길거리로 나오게 되는 그 ‘결정적 순간’의 대사처럼 목마르게 시작한다.

캘커타 빈민촌에 가득한 버려진 아이들과 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 먹지 못한 사람들은 세상이 외면해 온 목마름이다.

부르심 속의 부르심’을 듣고 길거리로 나온 데레사 수녀는 수녀복 대신 흰색에 푸른 줄이 쳐진 사리를 두르고 낡은 샌들 하나만 신은 채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아픈 사람들을 간호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수녀를 내쫓던 인도 사람들도 점차 수녀의 사랑에 마음을 열고 수녀는 ‘사랑의 선교회’를 설립해 빈민가에 아이들의 보호시설과 의료시설을 만든다. 수녀의 따뜻한 손길은 전세계로 뻗어나간다.

그러나 그 과정이 평화롭지만은 않다. ‘사랑의 선교회’에 검은 돈이 유입됐다는 의혹과 아이들을 팔아넘긴다는 기사가 보도되고 데레사 수녀는 곤경에 빠지고 법정에 서야할 위기에 놓인다.

‘하느님은 세상에서 가장 작고 소박한 것을 좋아하신다’는 데레사 수녀의 말처럼 이 영화 역시 작고 소박하지만 그것이 전해주는 감동만큼은 그 어느 영화보다도 작지 않다.

영화는 30대 중반부터 임종에 이르기까지 데레사 수녀의 인생을 천천히 돌아보면서 종교를 뛰어넘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주는 사람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을 선물한다.

데레사 수녀에게 전염돼 평생을 같이 사랑을 퍼나르는 다른 수녀들과 신부들의 삶도 아름답다.

파브리지오 코스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지난해 제작한 이 영화에서 데레사 수녀역은 ‘영원한 줄리엣’ 올리비아 핫세가 맡았다. 긴 머리를 휘날리던 15살 줄리엣은 구부정한 등과 깊게 패인 주름이 더 아름다운 데레사 수녀로 거듭났다.

이제 50줄을 넘긴 올리비아 핫세의 가지런히 모은 두손에서는 데레사 수녀를 닮아가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전체관람가.

■‘마더 데레사’ 수녀 관련서 줄이어

영화 ‘마더 데레사’ 개봉을 앞두고 ‘빈민의 어머니’로 불리는 마더 데레사(1910∼97) 수녀의 관련서가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마더 데레사 자서전’(황금가지)과 ‘소박한 기적-마더 데레사의 삶과 믿음’(위즈덤하우스·T.T. 문다켈 지음)이 그것. ‘마더 데레사 자서전’은 데레사 수녀가 직접 쓴 것이 아니라 데레사 수녀의 대화, 인터뷰, 편지 등 기록을 정리해 자서전 형태로 편집한 것이다.

겸손한 데레사 수녀는 인터뷰 등으로 자신의 삶보다 ‘사랑의 선교회’ 자매들과 함께한 활동을 더 드러냈기 때문에 책 역시 ‘사랑의 선교회’에 초점을 맞춰 데레사 수녀의 생애를 조망한다.

책을 자서전 형태로 정리한 호세 루이스 곤살레스 발라도는 스페인에서 태어나 작가 겸 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30년 전부터 이 자서전 집필을 구상해왔다.

1969년부터는 데레사 수녀의 선교 활동에 협력하면서 깊은 우정을 나누기도 했다. 송병선 옮김.

‘소박한 기적…’은 데레사 수녀의 전기다. 인도에서 사회봉사 활동을 하다가 데레사 수녀를 만난 저자는 오랜 기간 그와 가까이 지내면서 그의 헌신적인 사랑과 인간에 대한 존엄성, 그리고 싶은 신앙에 매료돼 책을 집필했다. 황애경 옮김.

■큐브 제로

정육면체 ‘살인 미로’내가 왜 갇혔을까?

정육면체의 방에서 눈을 뜬 여자. 딸과 산길을 걸었다는 것까지는 기억이 나지만 이후 정신은 혼미해 있다. 입고 있던 옷은 어디론가 사라진 채 유니폼을 입은 채 손에는 바코드가 찍혀있다.

기운을 내서 옆방으로 건너간 여자, 하지만 그곳 역시 또 다른 정육면체의 방이다.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살인 미로, 벋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이디어 하나로 인정을 받은 저예산 영화 ‘큐브’가 ‘큐브 제로’(Cube Zero)라는 제목의 속편으로 21일부터 관객들을 만난다.

시리즈의 세번째 영화로, ‘2’자를 붙이고 개봉된 또다른 속편이 나온 지 2년만이다. ‘제로’라는 부제에서도 짐작이 되듯, 영화는 1편 이전의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시리즈의 전편들과 마찬가지로 장소는 정육면체로 구성된 미로이며, 등장인물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곳에 갖힌 사람들. 하지만 이전과 달라진 것은 이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건물 내 조정실로 보이는 곳에서 모니터를 통해 이들을 지켜보는 사람은 윈(자카리 베네트)이다. 사실 그도 자신이 어떻게 이곳으로 왔는지 잘 모른다. 미로 속의 사람들을 감시하며 누군가로부터 내려오는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그의 임무. 큐브속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저 처형당할 사형수들 쯤으로 짐작하고 있다.

그러던 중 큐브 속에 갖힌 새로운 인물이 눈을 뜬다. 그녀는 야당의 정치지도자인 레인스(스테파니 무어)다. 레인스가 스스로의 동의 없이 이 곳에 갖혀있음을 알게 된 윈. 마침 언제부터인가 보이지 않던 동료 한 명이 큐브 속에서 무참히 살해되자 윈은 레인스를 구출하기 위해 직접 큐브로 뛰어든다.

전편들이 베일에 싸여있는 거대한 음모론적 분위기에서 미로를 벗어나는 과정의 두뇌 회전을 주된 재미로 보여줬다면 속편은 한층 액션이 늘어난 반면 머리 ‘굴리는’ 재미는 줄어든 느낌이다.

하지만, 시리즈의 특징인 스릴러의 긴장감은 속편에도 드러나는 편이다. ‘큐브2’의 시나리오 작가이며 프로듀서였던 어니 바바라쉬(Ernie Barbarash)가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 18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97분.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