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업계가 한 건만 해도 팔자를 고치는 고소득 귀족사회로 알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 대중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법률서비스 정신이 없으면 설 자리가 없게 된 것이 오늘날의 변호사업계다. 이러므로 하여 재조시절의 고관현직을 관록으로 알고 행세하던 변호사들 또한 전보다 못한 사양길을 면할 수 없다. 전관 예우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한계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고등고시 사법과 합격자가 한 해에 불과 수 명이던 게 사법시험들어 해를 거듭하면서 지금은 1천명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들이 판·검사로 다 임용될 수는 없다. 돌파구는 행정직 전환이 아니면 변호사 개업이다. 그러나 넘쳐나는 변호사 개업이 생업에 순탄할 만큼 다 돈 벌이가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부천시내의 어느 법무법인이 ○○사건 99만원, XX사건 55만원의 사건 수임료 광고를 사무실 앞에 내걸었다 하여 말썽이 됐으나 이내 흐지부지됐다. 소속 △△변호사회 자체부터 금기시한 광고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변호사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 서울의 한 30대 변호사들 사무실은 몸을 낮춰 불우한 사회계층의 변론을 도맡기로 했다는 신문 보도는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종전과는 달리 의문의 사건에 거는 목돈보단 소외된 사람들의 잔돈 푼 수임료를 생업의 긍지로 삼고자 하는 의식전환을 필요로 하는 시대다.
이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재조시절의 고관현직자들은 변호사 개업을 안 하면 그만이다. 그대신 서민층 깊숙이 파고 들고자 하는 재야 법조인의 변호사가 있다면 읍·면같은 벽촌에 법률사무소 간판을 달줄 알아야 한다. 지금처럼 법원·검찰 주변에만 빽빽하게 변호사 간판을 다는 것은 기형적 현상이다.
무엇보다 변호사가 ‘허가난 XXX’이란 옛 말은 듣지 말아야 한다. 사건을 수임하면 소신을 갖고 변론에 성실하게 임하는 책임감 있는 변호사여야 한다. 그래야 좋은 변호사로 평판이 나 돈도 조금은 벌 것이다. 변호사들의 새로운 인식이 절실히 요구된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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