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으로 스캔들에 휘말리도록 하거나 (‘노이즈 마케팅’), 부정적 이미지를 일부러 퍼뜨리는 (‘네거티브 마케팅’)영화 마케팅이 범람하고 있어 큰일났다. 주로 제작단계에서 주목을 끌지 못한 영화가 개봉에 임박하자 ‘악 소리 한번 내자’는 식이다. ‘무등산 타잔 박흥숙’은 홍보포스터에 ‘전라도 새끼가 깡패밖에 할게 더 있냐’고 했다. ‘돈벌레 ××들, 그렇게 돈벌고 싶냐’ 는 등 날선 목소리가 이어지자 “주인공 박흥숙이 연좌제로 사법고시에 떨어진 후 내뱉는 자조일 뿐”이라고 해명한 후 “영화를 만든 제작자, 투자자, 감독 모두 전라도 광주 출신인데, 저희가 왜 지역 감정을 조장하겠느냐”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선정적이고 욕 먹어도 눈길만 끌면 된다’는 방식은 비일비재하다. ‘모르는 척, 순진한 척! 여자들도 자we를 할까’ 등 자극적인 광고문구를 도발적인 포즈의 여주인공 사진과 함께 넣은 포스터를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반려한 ‘몽정기2’가 대표적이다. ‘여선생vs여제자’는 영화의 내용과 무관한 ‘미술선생과 여제자와의 원조교제 현장고발’이란 벽보를 거리 곳곳에 붙여 일부러 문제성 영화인양 포장했다.
영화의 소재나 표현의 자유는 긍정수준을 넘어 자해단계로 접어들었다. ‘생과부 위자료청구소송’이나 ‘넘버3’같은 영화에는 듣기 민망할 정도의 욕이 들어갔다. ‘나쁜 영화’는 청소년들의 일탈문제를 다뤘지만 욕설과 폭력은 물론 당시 영화 심의기준으로는 수용할 수 없는 성적 표현을 담아 논란을 일으켰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바람난 가족’등은 결혼의 의미나 가족의 가치를 해체하는 성 표현들을 썼다. 미성년자인 중학생의 임신과 출산, 육아를 다룬 ‘제니, 주노’는, 노인들의 연애 이야기를 다루면서 실제 성행위 장면을 삽입해 논란을 일으킨 ‘죽어도 좋아’의 반대쪽을 겨냥한 영화다. 자극적 표현이나 논란거리 소재는 단기적으로 흥행요소가 될 수 있으나 자제와 여과가 없는 집착은 목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시는 격이다. 또 겉과 속이 다른 내용에 여러번 배신당하다 보면 관객에게 남는 것은 영화에 대한 불신뿐이다. 막가는 영화마케팅과 자해단계인 소재나 표현의 자유는 영화인들의 자승자박이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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