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

삼실로 짠 피륙을 삼베라 하고 마포(麻布)라고도 한다. 지금은 삼베가 무척 귀하지만 40~50년 전엔 흔해빠진 게 삼베였다.

시골에서 없는 집 사람의 여름철 잠방이는 으레 삼베였으므로 옷감을 자급자족하기 위해 그만큼 밭에 많이 재배했다. 삼에서 베를 짤 실을 뽑기 위해서는 먼저 삼 줄기인 삼대를 쪄야 한다. 드럼통을 세로로 절단한 통에 삼대를 넣어 삶으려면 물이 많이 들므로 동네 개천에서 삶고, 또 낮엔 농사일을 하고 초저녁 여가를 틈타 틈새로 하는 게 삼 찌는 일이다.

‘나 어젯밤에 도깨비를 봤다’는 말은 그 무렵 삼꾼들 입에서 가끔 나온 말이다. 자정무렵까지 삼을 찌고 집에 돌아가다 보니 ‘테트라히드로카나바놀’(THC)에 취해 환각작용이 일어나곤 한 것이다. 마취 물질인 THC는 원래 삼의 잎과 꽃에 주로 들어있지만 하도 많은 삼대를 찌므로 이같은 일시적 중독현상을 나타내곤 했던 것이다.

대마초는 삼의 잎이다. 하지만 그 당시엔 삼 잎을 흡연할 줄 몰랐다. 설령 흡연했다 하여도 삼대를 무더기로 찌는 것과는 달리 심한 환각작용은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군락(群落)을 이룬 삼 잎은 THC성분이 희미하기 때문이다.

요즘 ‘대마초’로 불리는 삼 잎은 산간에 한 두줄기씩 띄엄 띄엄 여러 장소에 심은 것이다. 이를 ‘과부 삼’ ‘홀아비 삼’이라고 하는데 이런 삼 잎이라야 THC성분이 강하게 농축된다.

연예단체 일각에서 대마초 흡연의 합법화를 주장하고 나선 것은 심히 당치않다. 중독성 환각작용이 극심한 대마초 흡연은 개인의 취향과 기호로 인용될 수 없는 반사회적 행위다.

대마초는 필로폰으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서구사회에서도 대마초 흡연을 벌금형 등으로 처벌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마초의 마약류 분류는 당연하다. 유엔 역시 대마를 마약류로 규정하고 있다. 세상이 시끄럽다 보니 대마초 흡연을 합법화 하자는 별 희한한 소릴 다 듣게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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