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지폐에 인물이 들어간 것은 1950년 이승만 대통령의 초상이 있는 1천원권이 처음이었다. 이후 1960년에 세종대왕이 1천환과 500환에 등장했다가, 1973년부터 1만원권으로 자리를 옮겼고 1972년 율곡 이이(5천원권), 1973년 이순신 장군(500원권), 1975년 퇴계 이황(1천원권)이 등장했다. 공교롭게도 모두 이씨 성(姓)을 가진 남자들이어서 편중이 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 위조지폐가 늘어나고 10만원권 발행 찬반 논란이 일면서 한국은행이 새로운 지폐 도입을 추진 중인데 새 지폐에 들어갈 역사적인 인물이 가장 큰 관심사다.
10여 명이 거론되는데 광개토대왕이 단연 으뜸이라고 한다. 한 인터넷 포털이 최근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지폐 인물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광개토대왕이 53.8%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은 김구(19.8%), 안중근(7.7%), 장영실, 유관순, 신사임당 순이었다. 이는 4년 전 한국은행 조사와 상당히 다른 현상이다.
당시에는 세종대왕이 1위였고 단군, 이순신, 김구, 유관순, 광개토대왕, 신사임당, 안중근, 이황, 이이 순이었다. 그동안 지폐 인물 교체 얘기가 나올 때 마다 금융권에서는 김구(10만원권)와 정약용(5만원권), 신사임당(5천원권), 장영실(1천원권) 등을 주로 거론해 왔다. 여성계에서는 신사임당을, 과학기술계는 측우기를 발명한 장영실을 추천했고, 유관순 열사나 안중근 의사 등 독립운동가를 넣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런데 불과 몇년 사이에 이렇게 바뀐 이유는 중국이 고구려사를 자국의 역사로 왜곡하고,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영토라고 우기는 데 대한 반중·반일 감정으로 풀이된다. 앞면에는 어떤 인물을 넣든 상관없지만 뒷면에는 광개토대왕비, 독도, 고려청자, 팔만대장경, 금속활자 등 문화재를 함께 넣자는 주장도 많이 나왔다. 새 지폐가 나오기까지는 2 ~ 3년의 준비기간이 필요한데 그때 가서는 여론이 또 어떻게 바뀔는지 모르지만 최근의 한·중, 한·일관계를 생각하면 만주벌판을 호령하고 왜군을 물리치던 광개토대왕과 광개토대왕비, 이순신장군과 독도를 지폐에 넣었으면 좋겠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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