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봄은 언제?

정부는 올 1분기(1~3월)부터 경기가 완만한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올 들어 경기선행지수와 소비자기대지수 등이 반등하는 모습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지방경제는 경기회복의 조짐을 실감하지 못한다. 수출기업과 대형 유통업체 상승세, 내수기업과 재래시장 하락세 등 양극화 현상은 있으나 전반적으로 지방경제는 아직도 거의 빈사 상태다.

이런 가운데 업종별 격차가 또 있다. 일반적으로 의류 등 장기성 소비품목은 더 울상이다. 그래도 좀 낫다는 것이 음식점 같은 단기성 소비 품목이다. 돈이 궁한 판에 옷 같은 건 입던 것을 더 입게 마련이지만, 먹는 것은 당장 먹지않고는 배기지 못하므로 기왕이면 기호성을 찾는다. 하지만 이도 상대적 비교일 뿐 음식업도 대체로 죽을 쑨다.

수원 인계동 먹자골목은 유명한 음식업 단지다. 전에는 밤만 되면 인파가 넘쳐났던 곳이다. 지금은 낮에도 한산할 뿐만이 아니라 밤에는 도대체가 행인들 보기가 귀하다. 시야에 들어오는 행인을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다. 날씨가 풀리면 좀 달라지겠느니 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 상인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행인이 없는 판에 손님이 있을 턱이 없다. 서민들은 그저 뭐니뭐니 해도 서로 장사가 잘 되어 돈이 풀려야 살기가 나아진다. 경기가 지금처럼 얼어붙은 채 녹을 줄 몰라서는 서민사회가 각박하다.

‘고유가, 환율·주가 하락세 쏟아져 반짝 경기로 끝나나’ 이는 엊그제 경기일보 1면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서민들은 체감하지 못한 정부 발표의 반짝 경기지만 이마저 멀어져가는 것 같아 심히 안타깝다. 거리마다 골목마다 내놓은 가게 푯말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장사가 안 되어 내놓은 가게를 누군들 선뜻 인수하기가 꺼려 빈가게가 늘어만 간다. 계절은 봄 기운이 완연하다. 계절의 봄은 어김없이 왔는 데도 서민의 봄은 멀어 아직 한 겨울이다. 잘 먹고 잘 살면서 말만 앞세우는 위정자들은 서민의 이런 절박한 실정을 모른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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