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강남수준의 신도시

부동산의 가장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로 위치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는 부동성(不動性)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부동성 때문에 아무리 최신식의 건물이나 쾌적한 고급아파트를 지어도 부동산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이 서울 한복판에 위치하는 것과 수도권이 아닌 다른 지역에 위치한 것과는 가격차이가 크게 날 수 밖에 없다.

그 이유는 부동산도 재화인 관계로 수요가 많은 곳에서는 사고 싶은 사람이 많아 높은 가격이 형성되며, 반대로 수요가 적은 곳에서는 팔고 싶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아져 낮은 가격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최근 판교신도시 분양가 논의에서 시작된 불안한 주택시장의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 강남수준의 신도시건설이다. 이러한 신도시건설의 정책방향은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항상 시장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에는 수요를 억제시키는 방법과 수요에 맞춰 공급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나눌 수 있으며, 신도시건설은 수요에 따라 공급량을 확대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신도시건설의 단서사항으로 제기된 강남수준의 신도시건설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왜 강남수준의 신도시를 건설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고 있는가. 또한 현재 시점에서의 바람직한 신도시 건설방향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부동산의 특성 중 또 다른 하나는 유일성이며, 부증성(不增性)이다. 어떤 개별부동산이나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하나이며, 또 이와 동일한 부동산을 생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최신시설의 동일한 설계의 건물을 서울과 농촌에 하나씩 건설하였다고 할때, 그 건물은 동일성을 지니지 않는다는 점이며, 가치도 다르다는 점이다.

신도시 건설의 성패에는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효율적인 조화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교통·교육·문화 등의 종합적 인프라가 확충이 되어 있는 신도시를 건설해야 할 것이지만, 이는 하드웨어를 구축하는 단계에 불과하며, 실질적인 신도시 건설의 성공은 베드타운으로의 전락을 막고 자력적인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는 자족기능의 확보여부일 것이다.

5개 수도권신도시의 건설초기에는 베드타운으로의 역할밖에 못할 것으로 예상하였지만, 분당신도시의 경우 많은 공기업의 본사가 이전하면서 자족도시로서 확고한 자리매김을 이룬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다양한 도시개발형태에 대해 논의되고 있으며, 국가의 균형개발이라는 측면과 수도권과밀의 해소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강남수준의 신도시건설이라는 애매한 정책방향의 제시보다는 현재 추진 중인 판교신도시와 같이 수요가 충분히 확보되어 있는 곳에 자족기능 부여를 목적으로 신도시건설 방향을 제시하고 추진한다면 주택시장의 안정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것이다.

/이 용 범 박사 (한국토지공사 토지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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