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빌딩

1885년 시카코에 들어선 홈인슈어런스 빌딩은 세계 최초의 마천루(摩天樓·skyscraper)로 꼽힌다. 이 10층짜리 건물도 당시로선 ‘하늘을 긁어댄다’는 표현을 쓸 만큼 놀라운 일이었다. 범선(帆船) 맨 꼭대기의 삼각형 돛을 가리키는 ‘skyscraper’가 고층 건물을 뜻하게 된 것도 이 때부터다. 이를 하자권에선 ‘하늘과 마찰한다’는 뜻의 ‘마천루’를 직역한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세계는 건물 층수가 마치 국위를 과시하는 것 처럼 초고층 빌딩 건축 경쟁을 하고 있다. 지금도 초고층 빌딩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미국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102층·381m)은 1931년 완공된 후 40년 넘게 ‘초고층 빌딩’으로 군림했다. ‘9·11 테러’로 무너진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빌딩(110층·417m)은 1972년, 시카고의 시어스타워(110층·443m)는 1974년에 완공돼 세계 최고 자리를 차지하는 등 미국이 최고층 빌딩의 중심지였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 트윈타워(1999년·88층·452m)’, 대만의 ‘타이베이 101 빌딩(2004년·101층· 508m)’ 등으로 최고층 빌딩의 주도권이 아시아로 넘어왔다. 중동의 석유 부국 아랍에미리트가 두바이에 2008년 ‘사막의 꽃’이라고 별명을 단 ‘버지두바이(160층·705m)’를 짓겠다고 해 중동으로 최고층 패권이 넘어갈지도 모른다. 이 빌딩 건설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참여한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타워 오브 러시아(125층·649m)’, 중국 상하이 금융센터(101층·492m)’, 홍콩 ‘유니언 스퀘어(111층· 474m)’등이 지어질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초고층 빌딩 경쟁에 뛰어 들었다. 서울시가 마포구 상암동에 디지털미디어시티(DMC·130층·580m), 롯데가 ‘부산 롯데월드(107층)’ 인천 송도의 ‘국제금융센터(105층)’ 건설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롯데그룹이 서울 잠실에 200층, 800m 높이의 슈퍼타워 구상을 밝혔고,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8개 아파트단지 주민들이 60층에 이르는 초고층 아파트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고층화 경쟁은 주거용 건물에도 뻗쳤다. 흙, 땅바닥을 마다하고 높은 곳으로만 오르려는 인간의 야망이 어쩐지 두렵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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