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휴업제

지난달 26일 처음으로 실시한 전국 초·중·고교 ‘토요휴업제’에서 빈부의 격차가 드러났다. 모처럼 가족과 함께 휴일을 만끽한 학생들이 있었지만 반면 부모와 함께 토요일을 보낼 수 없는 맞벌이 가정 등의 학생들은 우울한 하루를 보냈다.

전국 시·도 교육청과 학교들이 맞벌이·저소득층 가정 학생들을 위해 스포츠 댄스·인라인 스케이트·토론·시낭송·종이접기 등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준비 부족과 저조한 출석률로 ‘토요출석생’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단 2명이 등교한 학교에서 이미 읽은 책을 나눠주며 독서감상문을 쓰라고 했다.

수원 일부 고등학교는 자율 학습 등을 강요해 학생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담임교사가 토요출석 여부를 묻는 설문지의 ‘출석 희망’란에 강제로 기재하도록 했는가 하면 출석 거부 학생에게는 체험학습 보고서를 제출토록 해 등교를 권유했다.

문화시설 태부족도 문제점이다.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한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유명 놀이공원과 공연·관람시설로 몰려 에버랜드와 롯데월드의 경우 각각 직전 토요일의 갑절에 이르는 4만9천여 명과 2만7천여 명이 다녀갔다.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한 미술전시회에는 학생 관람객들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하지만 3시간 이상 줄을 서야하기 때문에 관람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속출했다. 부모와 학생들이 함께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도 문화·공연시설 등이 부족한 것이다.

보다 심각한 것은 저소득층 대책이다. 중산층 이상 자녀들이 다양한 문화혜택을 누리는 데 비해 소외계층·농어촌 자녀들은 학교교육 이외의 문화적 혜택을 거의 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토요휴업제 시행은 주5일 근무제의 연장이다. 우리 사회를 ‘웰빙(참살이) 공동체’로 격상시키는 일이다. 토요휴업제가 교육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정부와 지역사회가 빈곤층 학생들을 적절히 보호하고 지원할 수 있는 체계적인 사회복지교육시설을 마련하지 않으면 토요휴업제는 빈부감 위화감만 조성할 우려가 크다. 시행초기의 부작용을 속히 최소화하는 게 급선무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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