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NOISE
우리가 모르는 게 여기 또 한가지 있다. 바로 죽는다는 것.
죽어서 어디로 가는지, 죽은 사람이 되돌아 올 수 없는지, 그리고 죽은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지는 짐작을 하거나 믿을 수는 있어도 죽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백색 공포’ 속으로…
8일 개봉한 영화 ‘화이트 노이즈’(White Noise)의 남자 주인공 조나단(마이클 키튼)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아내 안나(찬드라 웨스트)의 임신 소식을 듣고 백합과 초콜릿을 사들고 집으로 향하는 조나단. 하지만 아내는 늦게 돌아올 것이라는 음성메시지만 남겨둔 채 외출 중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아내는 나타나지 않고 결국은 해변 도로에 차만 남겨둔 채 사라졌다는 소식을 통보받는다.
한 주, 두 주 실종 기간이 늘어가는 가운데, 어느날 레이몬드(이안 맥니스)라는 이름의 한 남자가 찾아온다. 죽은 안나의 메시지를 전하러 왔다는 게 그의 주장. 남자에게 면박을 주고 되돌려보내지만 얼마 후 안나의 시체가 발견되고 죽은 그녀로부터 전화가 걸려 오는 등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한다.
화려한 스펙터클이나 특유의 잔인함을 없지만 ‘화이트 노이즈’는 대신 영리함과 소름끼치는 무서움을 담고 있는 공포 영화다.
공포의 매개체는 비디오와 TV 화면 속에 흐르는 ‘찌지직거림’(노이즈)이다. 다시 레이몬드를 찾아간 조나단은 TV 화면과 VTR을 이용해 죽은 사람과 교신하는 방법인 EVP(Electronic Voice Phenomenon)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다.
EVP는 죽은사람의 목소리와 모습을 보기 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미 수십 년 간 행해져 왔다. 이를 알게 된 조나단에게도 이 방법은 안나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이다.
레이몬드와 함께 안나의 신호를 기다리는 조나단. 하지만 어느날 레이몬드가 갑작스럽게 죽고 브라운관을 통해 죽은 사람들을 만났던 이들이 우연히 죽음을 맞게됐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안나의 모습이 모니터에 나타난다. 영화의 전반적인 줄거리나 소재가 일본 공포물 ‘링’과 비슷하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영화는 군데 군데 등장하는 반전이나 톱니바퀴 들어맞듯 잘 짜여진 줄거리를 통해 관객들의 마음을 쥐락펴락 하며 두려움 속으로 끌어들이는 영리함을 가지고 있다.
감독은 영국의 TV 드라마 연출가 출신인 제프리 삭스. 상영시간 98분. 15세 관람가.
■쿨
뮤직비즈니스계 그려
‘펄프 픽션’의 춤 장면을 기억하는가. ‘V’자를 그린 채 흐느적거리며 트위스트를 추던 존 트래볼타와 우마 서먼, 이들이 11년 만에 다시 같은 무대에서 만났다.
바로 8일 개봉한 영화 ‘쿨!’(원제 Be Cool)에서다. ‘쿨!’은 뮤직 비즈니스계를 다룬 영화. 두 주인공은 고리대금업자 출신의 성공한 영화 제작자 칠리 팔머(존 트래볼타)와 러시아 마피아에게 살해당한 남편 대신음반 사업에 뛰어든 이디 에이슨(우마 서먼). 두 사람은 함께 힘을 합쳐 사업을 벌여나가고 이들이 발굴한 신인가수 린다 문(크리스티나 밀리언)은 주변 인물들의 방해를 극복하고 톱스타가 된다.
흥미로운 두 주인공이 만난 데다 쇼비즈니스의 뒷세계라는 소재도 관심을 끌 만하지만 영화가 전해주는 재미는 아쉽게도 기대에 못미치는 편이다.
관심을 모았던 춤 장면도 지극히 평범한 편. 인물들의 성공담과 개성 강한 주변사람들의 모습이 종과 횡으로 얽힌 줄거리는 산만하게 전개된다.
타란티노 감독 스타일의 산만함과 하드보일드한 인물이 등장하지만 결국 너무 느리게 전개되는 게 단점이다. 때문에 산만함은 더 심해졌고 인물은 더 비현실적이며 짧지 않은 상영시간(112분)은 더 부담스러워졌다.
더 락, 데니 드비토, 하비 케이틀 등 탄탄한 조연진에 록그룹 에어로 스미스의 스티븐 타일러와 농구 선수 코비 브라이언트, 중견 배우 제임스 우드 등의 풍부한 카메오 등 캐스팅이 화려하지만 그만큼 집중도는 떨어진다.
‘재키 브라운’의 원작자인 엘모어 레오나드의 소설을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 게리 그레이가 스크린으로 옮겼다. 영화판에 염증을 느끼던 칠리는 어느날 자신의 눈앞에서 음반 사업을 하는 친구 토미(제임스 우드)가 살해당하는 사건을 겪는다.
이 사건으로 죽은 친구의 섹시한 미망인 이디를 만나고 그 자리에서 그는 함께 사업을 할 것을 제안한다. 사업의 첫 프로젝트는 신인 가수 린다문을 발굴해 음반을 출시하는 것. 하지만 음반 출시까지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린다의 전속권을 주장하는 전매니저 라지와 토미에게 받을 돈이 있다며 나타난 프로듀서 러셀이 바로 그들. 여기에 토미를 살해한 마피아들과 이들을 추적하는 경찰들까지 끼어들며 상황은 점점 복잡해진다. 15세 관람가.
■인터뷰-역전의 명수 정준호
“공공의 善 돌아섰죠”
‘공공의 적2’에서의 악랄한 ‘공공의 적’으로 최근 황금촬영상 연기대상을 수상한 배우 정준호가 이번에는 ‘공공의 선’으로 돌아섰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역전의 명수’에서다. 3개월만의 180도 변신이다. 정준호는 “‘공공의 적’에서 ‘공공의 선’으로 돌아섰다? 좋다. 좋아. 그 표현 마음에 든다”며 웃었다.
▲정준호에 따르면 ‘역전의 명수’는 모두가 제작을 반대한 영화다. 그와 강우석감독, 그리고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정태원 대표만 빼고. 그 정도로 시나리오의 느낌은 상당히 독특하다. 어쩌면 그 독특한 느낌은 주인공이 오락 영화의 대명사 정준호이기에 보다 증폭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강우석 감독이 편집에 관여하면서 영화의 코믹한 색깔이 더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정준호는 영화에서 음담패설과 적나라한 베드신을 서슴없이 소화했다.
“시나리오가 무척 독특하다. 특별한 반전도 없고 트릭도 없다. 그냥 편안하게 흘러가는데 재미있다.”
명수는 목포역 앞에서 명물로 통하는 건달이다. 그러나 알고보면 희생정신으로 똘똘 뭉쳤다. 특히 엄마를 위해서는. 그는 엄마의 부탁에 현수를 위해 끊임없이 희생한다. 정준호는 명수와 현수, 1인 2역을 펼쳤다.
▲주인공 명수는 일생을 차별받으며 자란다. 엄마는 오로지 현수뿐이다. 실제 정준호는?
“이 영화 보면서 한 풀이하는 사람들 많을 것 같다”며 웃은 정준호는 “그러나 실제의 난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내 동생들이 차별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는 명수처럼 효자였을까. “스물다섯살까지는 안 그랬다. 군대 갔다오기 전까지는 엄마 말을 참 안 들었다. 우리 엄마는 매학기 수업료를 두번씩 주셔야했다. 속으면서도 주신거지. 책값도 두배씩 줬다.(웃음) 그러나 제대 후 철들어서 지금까지는 엄마의 말씀을 거역한 적이 한번도 없다.”
다만 한가지. 이제 30대 후반으로 접어든 만큼 장가 문제만큼은 불효하고 있다.
■영화배우 이성재가 7일 일본으로 향했다. 일본 도쿄 등지에서 열리는 ‘제1회 한류영화제’의 한국 대표 배우로 참석하기 위해서다. ‘제1회 한류영화제’는 9일부터 한달 동안 일본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지에서 열린다. 일본의 영화 수입사인 SPO가 기획한 행사로 모두 22편의 한국 영화가 한꺼번에 소개된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