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리 알려진 얘기지만 ‘인간이 존엄하게 죽을 권리’와 ‘누구도 중단시킬 수 없는 신성한 생명’이라는 두 주장 대립은 ‘안락사 논쟁’의 핵심이다. 역사적으로는 고대 그리스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4세기쯤 그리스의 의학자 히포크라테스가 “나는 누구에게도 독약을 주지 않을 것이며 -비록 그렇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더라도-그런 계획을 제안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 안락사와 자살에 대한 논쟁은 기독교와 관계가 깊다. 중세 기독교 사회에서 생명은 하느님이 내린 것으로 안락사든 자살이든 인간이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는 하느님의 뜻에 어긋난다고 하였다. 따라서 안락사도 살인의 일종으로 처벌의 대상이었다.
르네상스 시대(14~16세기)엔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사상이 일어났다. 토머스 모어는 가톨릭신도이지만 1516년 발표한 ‘유토피아’에서 비기독교 사회에선 본인의 의사에 의한 안락사는 용인될 수 있다고 했다. 영국의 철학자 F 베이컨도 ‘노붐 오르가눔’(1620)에서 긍정론을 폈다. 18세기 말부터는 인도주의가 대두되고 의학발달이 계기가 돼 죽음의 고통에서 해방되기 위한 적극적 안락사를 인정하는 흐름이 일어났다. 안락사를 법적으로 처음 인정한 나라는 네덜란드다. 2001년 4월 안락사를 합법화했고 이어 2002년 5월 벨기에가 뒤를 따랐다. 올해 4월 13일엔 프랑스 상원이 소생 가망이 없는 말기 환자가 생명 연장 치료를 거부하고 죽음을 택할 수 있도록 하는 ‘죽을 권리’ 법안을 의결했다.
안락사(Euthanasia)는 아름답고 존엄한 죽음, 행복하고 품위 있는 죽음을 뜻한다. 그리스어로는 ‘쉬운 죽음’을 가리킨다. 안락사는 시술자의 입장에서 행하는, 즉 환자에게 직접 치사량의 독극물을 주사하는 등의 ‘적극적(능동적)안락사’와 환자에게 필요한 의학적 조치를 하지 않거나 인위적인 생명 연장 장치를 제거하는 ‘소극적(수동적)안락사’가 있고, 환자 입장에서의 ‘자발적 안락사’와 ‘무자발적 안락사’가 있지만, “죽어가는 순간이 오래 사는 일 보다 힘들다”는 말처럼 의식도 없이 가족들에게 심적·물적으로 고통을 주며 살면 무엇하는가. 무의식 상태에서의 죽음은 글자 그대로 ‘안락(安樂)으로 가는 영생의 길’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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