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19세기 후반 중국의 최고 사상가로 불린 엄복(嚴復)은 청년 시절 국민적 기대를 받았으나 마약 중독으로 아까운 사상을 썩혀 버렸다. 그는 자신의 저서인 ‘천연론(天演論)’ 등에서 “오늘 참기가 너무 어려워 아편 몇 대를 피웠다”는 기록까지 남겨 천재가 마약에 중독되면 어떻게 되는 지를 실감나게 보여줬다.

최근엔 인기 가수 뤄치, 미모의 여배우 주졔가 수년 전 마약 과다복용으로 불귀의 객이 됐다. 그나마 가수 징강산과 두더웨이, 쑤융캉 등은 조금 나은 편이다. 마약 복용 혐의로 2 ~3년 전 줄줄이 형사 처벌을 당해 사실상 연예인으로서의 사형 선고를 받았으나 생명을 잃는 최악의 불행은 면했다.

중국의 사정 당국은 전국 각지의 공안에 마약과의 전쟁을 전개하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외신이 전했다. 중독자 최소 1천만명, 마약 관련 범죄 한해 평균 100만건 발생 등의 작년 통계가 나왔을만큼 지금 중국은 마약이 창궐한다고 한다. 3년 전 한국인 마약 사범 신모씨를 사형에 처해 한국과 외교적 분쟁을 일으킨 데에서 보듯 중국은 원료의 재배를 비롯해 제조, 유통망을 철저히 차단하는 것 외에 마약 사범을 강력하게 처벌한다. 마약의 창궐이 원인을 제공한 1840년의 아편전쟁에서 치욕적 패배를 당해 영국에 홍콩을 무려 156년동안이나 할양당한 뼈아픈 과거가 있는데도 중독자가 최소 1천만명이라고 하니 마약은 인간을 파멸시키는 독소가 분명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마약때문에 초비상이 걸렸다. 우리 국민들이 마약 사용을 알코올 중독보다 덜 나쁘게 생각하는 등 불감증이 위험수위에 달했다. 또 성인 남녀 100명 중 4명이 마약을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다른 범죄와 비교해 마약사용이 얼마나 나쁜 행동인 지 알고 있느냐’고 질문했더니 응답자의 67%가 살인, 폭력, 강도, 절도, 강간, 사기, 성희롱, 알코올 중독보다 덜 나쁘다고 대답한 것은 보통 심각한 현상이 아니다. 더구나 마약이 주부, 학생 등에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마초 피울 자유를 달라”는 연예인들도 있으니 마약 폐해가 심각하기는 한국이 중국보다 훨씬 더한 셈이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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