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KTX) 광명역이 날이 갈수록 황량해져 정말 대책이 시급해졌다. 주5일 근무제로 승객들이 늘어나야 할 금요일에도 역사(驛舍) 안팎이 한산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4월1일 고속철도 개통과 함께 문을 연 광명역사가 이렇게 된 것은 전적으로 정부 탓이다. 당초 광명역을 시발·정차역의 기능을 모두 갖춘 수도권 남부 대표 고속철역으로 활용키로 하고 부지면적 8만평에 건축면적 1만5천평(지하 2층, 지상 2층), 역사 길이만 해도 가로 300m, 세로 150m에 이르는 초대형 건물을 총 4천68억원을 들여 완공했다.
하지만 경부선 출발역인 서울역과 호남선 출발역인 용산역 등의 사정을 감안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단순 정차역으로 개통됐다. 더구나 평일 134대의 고속철 경부· 호남 상·하행선 중 65%인 88대만 정차하고 주말에도 154대 중 98대만 정차하는 단순 정차역으로 전락했다. 광명역의 하루 평균 이용객수는 8천500여 명 안팎으로 서울역의 하루 평균 6만~9만여 명에 크게 못미치는 실정이다.
개통 때부터 문제가 됐던 연계도로망은 이처럼 저조한 이용률로 더욱 악화됐다. 현재 이 곳을 운행 중인 시내버스는 25개 노선이지만 모두 광명~안양, 광명~서울 순환노선 일색이고 그나마 수원, 의정부, 분당 등에서 광명역을 경유하는 인천공항 리무진 버스들은 광명역을 경유지에서 아예 빼버렸다.
단기간에 대중교통체계를 대폭 확충하고 광명역까지 경전철을 연계하는 방안을 빨리 추진하지 않으면 막대한 예산으로 건립된 대규모 역사가 애물단지로 변할 위기에 처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역사 인근에 위치한 안양 하수종말처리장과 근처 오리농장 도축장 등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악취가 바람을 타고 광명역으로 날아와 이용객들이 더욱 고통을 겪고 있다.
광명역사는 국책사업이 사전성 검토와 충분한 제반 여건 확보 없이 진행됐거나 목표 변경시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지 여실히 보여 준다. 광명역사가 투자한 만큼 활용되기 위해선 우선 버스, 경전철 등 대중교통과 연계한 교통망을 확충하고 악취 제거에 주력해야 한다. 고속철도 기존선로를 활용, 경수선을 광명역사로 연결하고, 시민들이 앞장서 벌이는 ‘광명역 이용하기 운동’도 활성화 방안의 하나가 될 수 있다./임병호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