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킬 엔 하이드 앵콜 공연이 인기다. 스타 마케팅이 성공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스타인 조승우가 캐스팅된 공연은 불과 일주일도 안 되어 매진되었고 더블캐스트로 지킬에 캐스팅된 배우의 경우도 역시 매진사례를 이루었다. 지킬 엔 하이드는 우리보다 먼저 공연한 일본에서만 해도 큰 호응 없이 조기 종용한 뮤지컬이다. 우리나라의 정서에 맞는 드라마적 구성과 귀에 친숙한 음악 작품의 정서 코드가 잘 맞았다고는 하겠지만 조승우라는 걸출한 스타를 캐스팅하지 않았다면 과연 이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것은 기획자들 사이에 스타를 캐스팅하는 것은 마케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에 날개를 달아주는 사례가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거론치 못하겠지만 부적절한 스타 캐스팅으로 별 성과 없이 재정적 문제에 부딪히거나 오히려 작품을 그르친 공연들도 많았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오히려 뮤지컬 마니아층들에게는 스타 캐스팅이나 대중성을 가진 배우의 출연은 거북스럽게 작용할 수도 있다. 뮤지컬은 많은 기간 훈련을 거친 뮤지컬 전문배우가 해야 제 맛이라는 논리다.
한 명의 아티스트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말한다. 뮤지컬배우 역시 춤과 노래와 연기를 모두 해야 한다는 장르의 특성상 많은 시간 동안의 훈련과 배움을 통하여 만들어진다. 그렇게 만들어 지는 과정없이 단순히 스타라는 것을 이용한 마케팅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아직 스타마케팅에 대한 정확한 연구나 이렇다할 사례분석이 나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분별하게 스타를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은 결국 실패로 치닫게 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우리가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할 것은 마케팅의 4P를 이야기 할 때 다른 부분들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Product)의 완성도라는 사실이다. 작품의 완성도는 관객이 가장 먼저 안다. 또한 인터넷 보급률 1위의 우리나라 관객이 가지고 있는 파장과 입소문은 실로 대단하다는 점은 작품이 먼저냐 스타를 통한 마케팅이 먼저냐에 자연스러운 결론을 내려줄 것이다.
기획자는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은 실력 있는 준비된 배우 또는 준비된 스타를 발굴하는 예리한 시각을 키워야지 단순 마케팅을 위한 스타 캐스팅에 예리할 필요는 없다.
뮤지컬의 세계적인 추세라는 기존의 곡들을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 만든 뮤지컬이 흥행을 거두고 있고 우리나라에도 같은 바람이 불고 있다. 대표적으로 그룹 아바(Abba)의 노래로 만든 뮤지컬 ‘맘마미아(Mamma mia)’. 국내에는 70~80년대 히트 음악으로 엮어 만든 뮤지컬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쉽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맘마미아라는 작품이 브로드웨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기 까지는 많은 시행착오와 제작과정이 있었다는 점을 기억하자. 이런 치열한 과정 없이 세계적인 유행이고 기존의 곡들을 편집해서 만드는 것은 작곡하는 것 보다 쉬우니까 도전한다는 생각은 애초에 접는 것이 낫다.
유행이라는 것이 있다. 이렇게 하면 잘되니까 나도 해보자라는 생각이 유행을 만드는 것 같다. 어쩌면 흥행 뮤지컬인 ‘지킬 엔 하이드’가 나중에는 스타 캐스팅이라는 유행을 낳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미 유행처럼 되어버린 맘마미아류의 뮤지컬이 앞으로 판을 칠지 모르겠다. 장황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은 요체는 흥행 이면에 감추어진 과정을 기억하자는 것이다. 기획·제작자들의 작품에 대한 치열한 자기 고민이 있을 때에만 우리나라 뮤지컬계가 제대로 된 날개를 펴게 될 것이다.
/이 종 덕 성남아트센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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