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 김홍도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1745~?)는 조선 최고의 풍속화가다. 겸재(謙齋) 정선이 우리 고유의 화풍을 세워 진경(眞景)시대를 활짝 열었다면 단원은 진경 회화를 화려하게 마무리지은 화선이다. 표암(豹菴) 강세황의 천거로 도화서 화원이 된 단원은 일곱살 아래인 정조(正祖)의 어진을 그리면서 승승장구했다. 그는 산수·인물·영모·화조·사군자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났다.

신선이나 불교의 고승·나한 등을 그린 도석(道釋) 인물화에서도 모두 우리 모습, 우리 인물로 그려놓았다. 소 타고 함곡관을 나서는 노자도 주먹코에 눈 작은 조선 노인이며, 달마 역시 눈을 부라린 중국인이 아닌 조선의 선승이다. 남해 관세음보살은 우리네 어머니처럼 푸근하게 그려졌다. 조선초기 그림에 등장하던 물소가 우리의 소로 그려지게 된 것도 단원에 와서의 일이다.

단원은 중국 남종화의 영향을 받아 공간 구성에 무척 신경을 썼다고 전한다. 필묵이 현란하고 세련된 것이 특징이다. 산수보다 인물화에 더 주력한 인상인데 금강산에 직접 가서 사생을 한 그림들도 있다. 임금의 안목에 맞춰서인 지 독창성 있는 화면 구성보다는 실경들이 대부분이다.

단원은 연풍현감을 지냈지만 화원 신분에 불만도 많았던 모양이다. 중인이지만 사대부인 척 그린 그림들도 많다. “空山無人 水流花開(빈산에 사람 없어도 절로 물 흐르고 꽃 피더라)”같이 문인들의 세계를 그린 그림이 있는가 하면, 기생의 춤사위처럼 요염한 자태의 매화그림도 있다. 화원 그림이기엔 문인의 체취가 강하고, 문사들은 따를 수 없는 심오한 화기가 보인다.

만만치 않은 장난기가 드러난 작품도 많다. 진흙에서 옆걸음 치는 게를 통해 선비의 기상을 흠모하기도 하고, 호랑이 탄 스님 그림에서 호랑이를 동네 개처럼 묘사해 친밀도를 나타냈다. 단원의 작고 연도는 정확하지 않지만 1805년까지의 행적은 보인다. 그렇다면 올해는 단원 탄신 260주년이자, 서거 200주기가 되는 해이다.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02-762-0442)에서 29일까지 열리는 ‘단원대전’에 가 보면 단원의 작품 120여점이 전시돼 있어 자유분방한 천재의 그림세계에 푹 잠기게 된다. 매사냥하는 그림에선 구속받지 않으려는 단원의 모습이 보인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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