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권처럼 규제를 좋아하는 정권은 봐도 봐도 처음 본다. 대기업, 중소기업 등의 기업 규제를 말로만 푼다 푼다하며 옥죄이더니 이제는 구멍가게까지 규제에 나섰다. 세탁업소 제과점 미용소 등 개인서비스업 개업까지 간섭하는 정부가 자유민주주의를 하는 나라 치고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다. 중국이나 베트남에서도 이런 짓은 안 한 것으로 안다. 이들 나라가 사회주의이긴 해도 이미 실패로 끝난 사회주의 실험의 졸업단계에 있다.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개인 서비스업 제한은 사회주의 나라에서나 있을 일이지만, 사회주의 나라에서도 남들은 졸업하는 것을 이 정권은 입학하려고 든다.
구조조정이랍시고 감원이다 명퇴다 하여 한창 일할 나이의 사람들을 대량 거리로 내몰았다. 실직자가 장사라도 해 보려는 것을 막겠다면 도대체 뭘 해먹고 살란 것인지 정말 해도 너무 황당하다. 상권은 호황이든 불황이든 살아 쉼쉬는 생명체와 같아 상태가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정부가 이런 상권을 전국에 500개로 나눠 업종별 밀집도와 정보를 개발한다는 발상은 큰 시대착오다. 그같은 자료를 파악하는 순간, 순간에도 상황이 변하는 게 현대 상권의 특성이다. 정보화시대의 상권을 산업사회나 농경사회처럼 여기는 생각부터가 오류를 범했다. 상권은 증권시장과는 본질이 달라 판이하다.
경쟁력없는 자영업자를 다른 직종으로 재취업 시키거나 가맹점사업으로 전환을 유도한다는 건 단세포적 탁상공론이다. 장사가 안 되어 문을 닫고 싶어도 이미 형성된 거래관계로 인해 닫을 수 없는 자영업자들이 수두룩하다. 이외에도 개개인마다 또다른 사정이 있다. 정부가 유도하는 직종이나 가맹점사업이라고 안전한 것도 아니고 공짜로 되는 건 더욱 아니다. 이른바 ‘영세·자영업자 종합대책’이라는 정부 자료를 보면 과잉진입예방·경영안전지원·사업전환 및 퇴출유도 등의 기본방향 외에 개인서비스업·소매업·화물택시운송업·봉제업 등에 이르는 분야별 지원 및 과잉진입 예방제도의 세부 항목이 빽빽이 씌어 있다.
이들 업종의 업체 형편을 세세히 알아 정부 말대로 먹고 살게 해 줄 요량일 지라도, 그래서 전 행정력을 이에 다 쏟는다 해도 될지 의문이다. 방만한 업무량은 그 자체가 불가능한 숱한 내부모순을 지녔다고 보는 것이 행정학의 조직원리다. 있는 규제도 풀어야 할 정부가 없는 규제를 만들어 국민생활을 귀찮고 번거롭게 하는 것이 잘 살게하는 길은 아니다.
자영업이 무더기로 생기고 집단폐사하는 다산다사(多産多死)로 파악한 것은 틀림이 없는 사실이다. 점포마다 장사가 제대로 되는 게 없어 아우성이다. 하지만 거미줄 규제 처방은 틀렸다. 직장을 구할 수 없어 더러는 빚을 내어 가게를 열어 업종마다 경쟁이 심화되고는 있으나 인위적 구조조정을 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원인 제거가 더 중요하다. 직장을 원하는 자영업자는 직장을 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자영업을 계속 원하는 사람에겐 장사가 잘 되도록 하는 것이 정부가 취해야 할 민생 책무다. 이를 위해서는 각종 기업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제조업 등의 투자확대를 유도하고 유통을 활성화시켜 돈이 사회 저변에 고루 퍼지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 정권은 이런데도 거꾸로 간다. 성장률은 겨우 2.7%로 최악의 빙점에 얼어 붙었다. 장기 불황의 늪이 눈 앞에 선하다. 이러한 판에 구멍가게 시장 개입을 들고 나섰다. 국민사회는 말한다. 제발 엎친 데 덮치지 말고 가만 놔두어 덧나게나 하지 말아 달라고 말한다. 이 정권은 돌팔이 의사다. 매독 환자의 스피로헤타팔리다 병원균은 놔둔 채 온 몸에 퍼지는 부스럼만 갖고 치료한답시고 법석 떠는 돌팔이 의사와 같다.
헌법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했다.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했다. 그런데 새탁소도 마음대로 못내고, 있는 것도 문 닫도록 한다고 한다. 잘 되든 안 되든 처분은 업주의 임의에 속하는 자유다. 이러한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대한 반역이다. 정부 발표가 있던 날 열린우리당은 아무 것도 모른 채 무주에서 워크숍을 가졌다. 아무 것도 몰랐던 ‘들러리 여당’을 앞세워 입법 조치에 나서겠지만 안 된다. 대한민국 국민은 사회주의적 실험도구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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