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코치

15세기 무렵이다. 헝가리의 한 소도시가 전 유럽에 명품 마차의 생산지로 유명했다. 화려했을 뿐만이 아니라 타기가 아주 편안했기 때문이다. 왕족과 귀족들의 주문이 잇따랐다. 처음엔 두 마리의 말이 끌던 쌍두마차였던 것이 네마리, 여섯마리까지 끄는 형태로 마차구조가 발전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말이 끌수록이 말을 다루는 마부의 기술도 높아져 전문화됐다. 평소엔 말을 훈련시키고 달릴 때 능수능란하게 제어하는 다두마차의 마부는 단순한 마부가 아닌 전문인 대우를 받기 시작했다. 이래서 나온 마부의 새로운 명칭이 ‘코치’(coach)였다. 호화판 마차의 헝가리 소도시 이름이 코치였기 때문이다. 여러 말을 다루는 마차 운행의 기술자를 마차의 명산지 이름을 따서 그대로 불렀던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스포츠에서 선수들에게 기량과 작전을 가르치는 사람을 코치로 지칭하게 된 유래다.

국내에선 코치라고 하면 감독 밑에 있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알고 보면 이도 잘못된 일제 잔재다. 감독이란 말은 일본의 ‘간도쿠(監督·감독)로 일본에서는 지금도 헤드코치(head coach)를 감독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국제스포츠에서 감독이란 말은 없다. 팀의 으뜸 되는 코치, 즉 감독을 헤드코치로 지칭하고 있다.

헤드코치의 계절이다. 독일 월드컵 예선,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를 비롯해 프로야구며 프로축구 등이 스포츠 팬들을 열광케 한다. 경기 못지않게 흥미로운 게 헤드코치의 모습들이다. 텔레비전 방송이 화면으로 이따금씩 비추는 헤드코치의 모습들도 여러가지다. 시종 긴장하고 초조해 한다. “피가 마른다”고들 말한다.

월드컵 본선 4강 신화를 이룩한 히딩크는 헤드코치의 벤치 모습을 가장 흥미롭게 제공해준 사람으로 꼽힌다. 경기 한 번 치르는 동안 희로애락이 수 없이 스쳐가는 것이 헤드코치의 얼굴이다. 감독이란 말 대신에 헤드코치란 말로 바꿀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일제 잔재인 감독이란 표현은 너무 권위주의적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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