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바고’

담배의 어원인 타바코(tabaco)는 포르투갈 말이다. 카리브해 서인도 제도에서 원주민들이 피우던 것을 발견한 콜럼버스가 1492년 서유럽에 전하면서 붙인 이름이다. 콜럼버스는 원래 이탈리아 태생이었으나 항해 탐험에 나서기 전인 1478년 포르투갈로 이주했었다.

타바코는 1501년 포르투갈 선교사를 통해 인도에 전파된 게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을 거쳐 일본에 전해진 것이 1549년이다. 한반도에 담배가 건너온 것은 일본에 전해진 지 40여년 뒤인 임진왜란 때다. 이 무렵부터 개화기까지 타바코를 담바고(談婆姑)라고 불렀다. 담배는 담바고의 준 말이다. 담바고는 굉장히 비싸 양반계급에서만 피울 수 있었다. 조선 중기 설화문학의 대가인 유몽인(柳夢寅)이 쓴 ‘어우야담’(於于野談)에 의하면 담바고 근량과 은의 근량이 맞먹었던 것으로 전한다. 양반층의 기호품이었던 담바고가 상민층까지 대중화 된 것은 2~3세기가 지나서였다. 하지만 상민들은 양반들 앞에서는 담바고를 피울 수 없었다. 담바고 대도 양반처럼 장죽이 아닌 짧은 곰방대였다.

거족적인 금연운동이 일어났었다. 조선 순종 융희 원년(1907년)에 일본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일본에 진 1천300만원의 빚을 담배 피울 돈으로 갚자며 금연과 함께 모금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황성신문과 만세보 등이 적극 지지했다. 그러나 일제 통감부와 일진회의 방해로 결국 중지당하고 말았다.

이때 유행된 것으로 ‘담바고타령’이 있다. /귀야 귀야 담바귀야 / 동래 울산 뭍에 올라 / 이 나라에 건너온 담바귀야 / 너는 어이 사시사철 / 따슨 땅을 버리고 이 나라에 왔느냐 / 돈을 뿌리러 왔느냐 / 돈을 훑으려 왔느냐 / 어이구 어이구 이 담바바귀야 /

돌아보면 일본에서 건너온 담배를 일본에 진 차관 빚을 갚기위해 금연운동이 있었던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정부는 담뱃값 7월 인상 계획을 유보했지만 이 참에 담바고를 끊겠다는 애연가들이 적잖다. 이 시대에 금연운동을 벌인다면 무슨 뜻일까, 차라리 거국적인 금연운동이 일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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