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한류

21세기는 어떤 면에서 보면 문화전쟁의 시대이다. 이미 20세기 중반에 이르면서 문화, 특히 음악 영화 드라마 등의 대중문화는 국가발전 및 문화정책과 맞물려 국가간, 지역간의 갈등이나 대결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이러한 문화의 침탈과 방어는 그동안 서구제국주의와 비서구권과의 싸움으로 점철되었었다. 물론 지금도 그러한 면이 다분하게 있지만. 그런데 난데없이 아시아, 특히 동아시아에서 이와 유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유행문화, 즉 한류현상이라고 부르는 문화적인 트랜드가 동쪽 아시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5월 22일 이영애가 홍콩에서 팬사인회를 개최했을때 백화점 안에 2만명이 쇄도하고 길거리에 20만명이 운집했다고 한다. 대장금의 인기 때문이다. 배용준의 겨울연가에 이은 한류드라마의 성공이다.

완전하게 시장경제가 성숙하지 못했던 1997년의 중국에서 다소 가부장적인 요소가 있는 ‘사랑이 뭐길래’라는 TV 드라마가 히트치면서 약간 놀래면서도 그러려니 하고 가볍게 넘어갔었다. 사춘기부터 왕유 이소룡 임청아 주윤발을 거쳐 이연걸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무협영화에 몰입돼서 돈과 혼을 쏟아부어가며 자라난 우리세대에게는 남다른 감회가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대중문화의 많은 것들이 한류라는 이름으로 아시아의 문화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그것이 가져오는 경제적인 효과는 일반인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다. 2004년도에 580만 명이 한국에 입국했는데, 전년도에 대비해서 28%가 증가한 것이다.

일부국가에서는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대만은 한국드라마에 관세를 20% 부과하겠다고 한다. 중국도 한국 드라마의 가치와 수준에 대해서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한류열풍이 짧게는 2~3년이고 길어봐야 5년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류를 오로지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또한 마치 자신들만의 업적인양 의기양양해서도 안 된다. 우리문화의 우수성과 역사의 전통, 한국을 경제강국으로 만든 전세대의 비전과 노력, 그리고 숱한 지식인들의 연구와 교육을 먹이로 삼아 탄생하였음을 인식해야 한다.

한류는 이제 갓 걸음마를 시작한 어린애일 뿐이다. 잘 성장시켜 튼튼한 몸과 건실한 정신을 지니고, 21세기를 살아가는데 적합하게 키우려면 여간 공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려면 한류의 탄생과 성장배경을 역사 철학 경제 정치 그리고 예술을 통해서 치밀하고 논리적으로 찾고, 지속성을 지닌 채 효율적이게끔 다양한 방법론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문화의 특성을 파악하고 대중문화의 속성을 이해해서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일부에서는 한류가 아시아적 가치의 공유와 서구문화의 아시아화에 성공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한 측면이 있다면 아시아적 정체성을 찾고 모색하는 계기와 그것을 토대로 서구문화에 일방적으로 침탈당해온 아시아의 문화를 방어하고 나아가서 21세기 지구문화에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동아시아문명의 향방과 모델을 설정하는 역할까지도 담당해야 한다. 이처럼 한류는 대중문화담당자들만의 것을 넘어 이 시대 한국문화, 한국인 나아가 동아시아인 모두와 직접 간접으로 관계를 맺고, 그 강도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그러한 과정에서 경기도가 한류우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표피적인 한류문화가 아닌 진정한 한국문화, 동아시아 문화, 아시아문화가 형성되는 기회가 터를 제공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우리문화가 모처럼 자의식을 지닌 채 세계로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기는 너무나 아깝다. 아울러 이제는 대중문화인들도 사회의 리더십이라는 것을 사회와 본인들이 절실하게 자각해야 할 시대가 왔다.

/윤 명 철 해양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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