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형편이 어려워 전기료를 내지 못해 촛불을 켜 놓고 공부하던 여중생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 주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지구촌을 누비는 디지털시대에 전깃세를 내지 못해 촛불을 켜고 사는 이웃이 있었다는 현실이 더욱 가슴을 아프게 헤집는다.
지난 10일 새벽 3시40분께 광주시 목동 산 88 남모씨(47) 가건물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 밤 늦게까지 공부하던 남씨의 둘째딸 효정양(15)이 미처 불길을 피하지 못해 이승을 떠나야 했다.
광주장례식장에 안치된 남양의 빈소는 온통 눈물바다였다. 고 남양의 학교 친구들과 교사, 주민 등은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고인을 추모했다.
부모의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4개월치 전깃세 80만여원이 체납돼 전기 공급이 끊기자 촛불을 켜야만 했고, 결국 남양은 촛불이 넘어 지면서 발생한 화재로 이승과의 인연을 끊어야 했다. 숨진 남양의 부모는 아직 젊은데다 어느 정도 소득이 있어 기초생활 수급자로도 지정되지 못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급식비 등은 제공받아 왔지만 남달리 명랑한 성격이어서 친구들도 촛불을 켜야 할 정도로 어려운지는 미처 몰랐습니다.”
고 남양의 집에는 교과서 및 참고서 등 유품이 불에 타다 남아 있고 철제문에는 남양이 적었다는 가족의 이름과 하트 모양의 분필 글씨가 아직까지 선명하다.
이같은 어려움을 겪고 사는 가정이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많다. 이웃이 어떻게 살아 가고 있는지 한번쯤 살펴 보고 ‘이웃 사촌’이란 표현처럼 서로 도와 가며 더불어 사는 사회가 그립다. 시와 시민단체, 주민 등의 도움의 손길를 기대한다.
/허 찬 회 기자 hurch@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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